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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윷

기사입력 | 2019-02-08 12:09

‘설날’에 즐기는 전통 놀이로 ‘윷놀이’만 한 것이 없다. ‘윷’ ‘윷판’ ‘윷말’만 준비되면 남녀노소가 어디서든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이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즐겨온 전통 놀이이기에 이와 관련된 단어도 다양하게 발달돼 있다. 윷의 종류, 윷놀이의 방식, 윷말 등과 관련된 단어가 수십 개나 된다. 이 가운데 ‘보리윷’은 윷놀이의 방식과 관련된 것이다.

윷놀이하는 광경을 한번 상상해 보라. 전문 윷꾼들은 아주 그럴듯한 자세를 취해 모면 모, 걸이면 걸 등 자기가 원하는 대로 윷을 던져 상대의 말을 제압한다. 반면 초짜 윷꾼들은 윷을 내팽개치듯 던져 상대의 말을 잡기는커녕 상대에게 잡히는 빌미만 제공한다. 이렇듯 ‘법식도 없이 아무렇게나 던져서 노는 윷’을 낮잡아 ‘보리윷’이라 한다. ‘보리윷’의 ‘보리’는 ‘볏과의 두해살이풀’ 또는 그 낟알을 가리킨다.

그런데 윷놀이의 방식과 관련해 ‘보리’가 이용된 것이 특이하다. 이는 ‘보리’의 처지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보리는 우리가 주곡으로 먹는 쌀을 대체하는 곡물에 불과해 ‘쌀’에 뒤처지는 것이라는 인식이 싹틀 수 있다. 그 결과 ‘보리’에 ‘뒤처짐’ ‘서투름’ 등의 부정적인 의미 특성이 생겨난다. 이에 따르면 ‘보리윷’은 ‘아무렇게나 던져 노는 서투른 윷’으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보리윷’에 반대되는 ‘쌀윷’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보리’는 ‘보리바둑, 보리장기(將棋)’ 등에서도 ‘뒤처짐’ ‘서투름’의 의미 특성을 발휘한다. ‘보리바둑’과 ‘보리장기’는 ‘법식도 없이 아무렇게나 두는 서투른 바둑’ 내지 ‘그와 같은 장기’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로 보면 식물 이름 ‘보리’는 ‘윷, 바둑, 장기’ 등과 같은 ‘놀이’ 명사 앞에 붙어 ‘서투름’이라는 접두사적 의미를 더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사전에서는 아직 ‘보리’를 접두사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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