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배우 류준열의 연기 장점은 캐릭터와 동화되는 자연스러움이다. 그는 “내 안에서 영화 속 인물과 가까운 지점을 찾아내 새로운 옷을 입힌다”며 “그런 부분이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 30일 개봉 ‘뺑반’ 주연 류준열

천부적 감각으로 ‘뺑소니’ 검거
입체적 캐릭터… ‘팔색조’ 연기

“나만의 방식대로 인물 표현 뿌듯
힘든 자동차 추격신도 직접 소화
옳은 것을 향해 가는 것이 행복”

“영화 작업은 캐릭터에 맞는 류준열을 꺼내 새로운 류준열을 만드는 과정이에요.”

배우 류준열은 매번 자신의 안에서 영화 속 인물과 가까운 지점을 끌어내 캐릭터를 구축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며 “그러다 보니 나란 사람을 하나로 규정짓지 못하고, 그때그때 달라지는 지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영화 ‘뺑반’(감독 한준희)에서 새롭게 만난 캐릭터는 경찰 뺑소니 전담반 소속 순경 서민재다. 과거의 아픈 상처를 지니고 사는 민재는 천부적인 감각으로 복잡한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한다. 30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경찰 내사과 경위 은시연(공효진)이 온갖 불법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 성향의 F1 레이서 출신 사업가 정재철(조정석)을 수사하다가 인천 뺑소니 전담반으로 좌천된 후 민재와 만나 미결 뺑소니 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정재철을 잡기 위해 나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류준열은 민재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며 영화 흐름의 중심을 잡는다. 영화 초반 어수룩한 행동으로 웃음을 선사하던 민재는 후반부로 가며 강렬한 이미지로 변신한다.

“제가 주목받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민재도 남에게 이끌리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인물이라서 끌렸어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며 다른 작품보다 제 의견을 많이 냈어요. 시나리오에는 민재가 감정 변화가 크지 않은 건조한 인물로 그려졌는데 감독님과 의논해 민재의 감정 폭을 키웠어요. 그러면서도 관객이 민재의 변화를 작위적으로 느끼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처음에는 스태프들이 의아해하다가 나중에는 좋아해 주더라고요. 막내 스태프가 조용히 제게 다가와서 ‘제가 생각한 민재와는 많이 다르지만 마음에 들어요’라고 말해줘서 기분이 좋았어요.”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이름을 알린 그는 그해부터 영화에 매진하며 10여 편의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특히 주연으로 올라선 후 ‘더 킹’ ‘택시운전사’(이상 2017년), ‘리틀 포레스트’ ‘독전’(이상 2018년)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오는 3월에는 그가 주식 브로커로 나오는 ‘돈’이 개봉한다. 그는 자신의 빠른 성장에 대해 “행복한 시간이 쌓이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성장의 의미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찾아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 늘 관계에 대해 고민하죠. 연기를 하면서도 상대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호흡을 맞추느냐가 중요해요. 운이 좋게 좋은 선배님들과 작품을 하며 좋은 걸 많이 받았고, 저도 더 좋은 걸 주려고 노력하게 됐어요. 그렇게 예민하고 섬세하게 관계를 이어가며 조금씩 성장하는 게 느껴져요.”

이미지 크게보기 영화 ‘뺑반’의 한 장면. 쇼박스 제공

그는 인터뷰 내내 “진짜”라는 말을 많이 썼다.

“살아가며 진짜인지 가짜인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진심이 느껴지는 연기를 하려 하고, 제 연기에 대한 반응도 진짜인지 확인하려 해요. 관객이 진짜로 좋아해 주고, 감동받으면 ‘아 내가 좋은 연기를 하고 있구나’하는 만족감이 들고요. 작품을 하고 나면 친구들이 제 목소리가 변한다고 해요. 요즘은 톤이 높아졌다고 하더라고요. 민재를 연기하며 그렇게 됐나 봐요. 새 배역을 맡으면 가장 먼저 목소리 톤부터 바꿔요. 목소리에 캐릭터 특징과 감정을 담아 진짜처럼 보이게 해요. 대사를 하다가도 일반적으로 쓰는 진짜 같은 말이 아니면 바꿔달라고 하고요. 그린피스 활동도 스스로 떳떳하기 위해 진짜로 하고 있어요. ‘플라스틱 줄이기’를 하며 ‘빨대는 절대 쓰지 말아야지’ 같은 기준을 정해서 생활해요.”

‘뺑반’에 나오는 자동차 추격신도 직접 소화해내며 ‘진짜’처럼 보이게 했다.

“스태프들이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영화가 아니면 해볼 기회가 없어서 욕심이 났어요. 익숙해지기 위해 영화에 나오는 차를 계속 몰고 다녔어요. 고난도 기술도 열심히 배웠고요. 운전하는 걸 좋아해요. 평소에는 동승자가 편안하게 느끼는 안전운전을 하죠(웃음).”

서른넷의 자연인 류준열이 추구하는 ‘행복’은 뭘까.

“말하기 부끄럽지만 옳은 것을 향해 가는 게 행복해지는 길인 것 같아요. 정해놓은 목표에 가장 쉽고 빠르게 도달하려면 옳게 가야 하죠. 옳은 방향으로 가다 보면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고 생각해요.”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