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직권남용 공범적용 가능”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외부에서 법원에 압력을 행사한 인사들에 대한 사법 처리 방침을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최근 국회 파견 법관을 상대로 재판 청탁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물론 강제징용 재판 지연과 관련해 법원행정처장을 공관으로 불러 회동을 가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포함된다.

검찰 관계자는 17일 “서 의원 등 국회의원이 파견 법관에게 청탁한 것이나 박근혜 청와대가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을 불러 강제징용 재판 지연 등을 논의한 것은 같은 맥락의 사안”이라면서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해서 법원행정처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외부에서 법원에 압력을 가한 부분에 대한 사법 처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현재 수사 인력 등의 문제로 법원행정처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이들에 대한 사법 처리 역시 조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의 박병대·고영한 전 처장, 임종헌 전 차장 등이 직권을 남용해 “반헌법적 중범죄”를 저질렀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압력을 가한 이들에 대한 수사를 미적댄다면 ‘반헌법적 중범죄’라는 검찰 논리가 모순에 부딪히게 된다는 의미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서 의원 등에 대해 직권남용 공범 적용이 가능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진녕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구체적으로 실행을 한 임 전 차장에게 직권남용죄가 적용된다면 그것을 부탁한 사람에 대해 공범의 법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부탁을 실행에 옮긴 사람은 재판에 넘기면서 범행을 부탁한 사람을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하는 것은 공범의 법리에 대해 검찰이 모르는 것인지 봐주려고 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2015년 서 의원이 국회에 파견 중이던 김모 부장판사를 통해 ‘지인의 아들 A 씨를 선처해달라’고 청탁한 사실을 파악했다. 청탁은 임 전 차장에게 전달됐으며 임 전 차장은 당시 서울북부지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선처’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의원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