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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자유한국당이 정당 사상 최초로 공개 오디션 방식을 통해 전통적 강세 지역인 15곳의 조직위원장을 선발했다. 의외의 결과가 속출했다. 3선 경력의 중견 정치인이 탈락하는가 하면 무명의 청년, 여성 정치인이 승리하는 파란이 일어났다. 어쨌든, 3040세대·여성 등이 정치 선배들을 무너뜨리며 약진한 것은 큰 이변이다.

이변의 결과와는 별도로 공개 오디션은 몇 가지 한계를 노출했다. 무엇보다도, 기대했던 만큼의 흥행이 이뤄지지 못했다. 오디션 과정은 한국당 홈페이지, 페이스북, 유튜브(오른소리)에서 중계됐다. 그런데 유튜브 구독자의 2∼3%도 끌어들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한, 속도감을 의식한 진행 탓에 후보자를 충분히 평가하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시간 안에 토론과 현안 질의 등 복합적인 평가가 이뤄져 후보자의 발언은 10분을 넘지 못했다. 따라서, 깊이 있는 검증보다 말 잘하는 사람, 이미지가 당락을 좌우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표출됐다.

‘인재 없는 인재 영입’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마저 나왔다. 선발 기준도 모호하고, 조직강화특위 위원들의 비중이 너무 큰 것도 한계였다. 시·도별 책임당원으로 구성된 평가단 50인의 현장 투표 40%, 조강특위 6인 위원의 심사 점수 60%를 합산해 현장에서 우열이 가려졌다. 평가단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아도 소수 조강특위 위원이 당락을 좌우한 것은 문제라 할 수 있다. 한국당 조강특위는 공개 오디션으로 뽑은 15곳 외에 64곳의 조직위원장을 곧 인선한다. 그런데 이 지역의 인선 과정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공개 오디션은 비대위가 64곳의 조직위원장을 밀실에서 임의로 선정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조직 충원 방식은 한국당이 보다 젊고 신선한 정당으로 변신하고 세대교체를 이뤄내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매스 미디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SNS) 자료에 기반한 타파크로스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한국당의 공개 오디션에 대해 긍정 평가(62%)가 부정 평가(38%)를 압도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아무튼, 공개 오디션 방식을 통한 조직위원장 선발은 그동안 한국 정당의 고질인 밀실 공천과 보스 정치를 종식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은 20세기 초 약 20년간 ‘혁신주의 운동’을 겪었다. 그 여파로 경제 영역에서는 반(反)독점법이 제정됐고, 사회 분야에서는 여성 평등권이 확대됐다. 정치 영역에서는 1903년 위스콘신 주에서 최초로 주법(州法)으로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는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가 채택됐다. 이런 공천 제도의 혁명적 변화로 지역사회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했던 정치 머신과 보스 정치가 사라졌다. 선출된 의원들은 당 지도부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소신에 따라 의정 활동을 하고, 정당이 더는 의회를 지배하지 못하게 됐다. 입법부의 여야 의원들이 함께 행정부를 견제하는 전통도 수립됐다. 작은 변화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나비효과가 우리 정치에도 발생할 수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는 정당이 득표한 만큼 의석을 배분하는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정치 개혁의 나비효과를 위해서는 공천권을 국민과 당원에게 돌려주고, 당 지도부가 어떤 형태든 모든 조직위원장 인선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