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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원 한성대 교수·행정학 행개련 집행위원장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해외연수 중 저지른 추태에 대해 국민은 개탄을 넘어 경악하고 있다. 예천군의회 홈페이지 게시판은 말할 것도 없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사퇴청원’ ‘의원직 박탈요청’ 등의 글들이 올라와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13일 ‘지방의회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칙’ 개선 방안을 내놨다.

지방의원은 조례의 제정 및 개정·폐지, 자치단체 예산의 심의 확정 및 결산의 승인 같은 의결권과 행정사무감사와 행정사무조사를 통한 행정감사권을 통해서 자치단체를 견제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결국, 지방의원은 국회의원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사는 지역의 일꾼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하지만, 지방의원 제도에 대한 찬반 논란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첫째, ‘자질’ 문제다. 4년마다 지역 일꾼들이 주민 손으로 선출되지만, 사실 주민들은 자기 지역의 지방의원이 누구이며, 어떤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기초의원들은 그동안 주민들의 무관심 탓으로 함량 미달의 인사가 선출되기도 했다.

둘째, ‘보수’ 문제다. 지난 2006년 지방의원 유급제를 도입하면서 월정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자치단체별 재정력지수와 지방의회 의원 1인당 인구수, 자치단체 유형을 반영해 월정수당 지급기준액 산식을 도입, 현재까지 운영해 왔다. 여기에 지방의원의 월정수당 결정 방식을 자율화하는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돼 자치단체 여건에 맞는 월정수당이 책정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많은 지방의회에서 월정수당을 잇달아 인상해 주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셋째, ‘공천’ 문제다. 기초의원 공천제는 2006년 지방선거부터 도입됐다. 하지만 정당공천제는 본래의 취지보다는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기초의원은 다음 선거와 공천을 위해 지역구 국회의원의 눈치를 살피고, 지역 국회의원의 심부름꾼이 돼 주민의 이익보다는 지역구 의원의 의사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어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가.

우선, 지방의원의 자질과 윤리의식 제고를 위해 지방의회에 ‘윤리심판원’을 설치하고, 위원은 전원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해야 한다. 지방의회 의장 직속 ‘윤리심판원’은 외유성 해외연수를 원천 차단한다는 차원에서, 연수 대상국으로부터 도대체 무엇을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는지, 왜 해외연수를 통해서만 그러한 배움이 가능한지를 사전에 연수 의원들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면 해외연수를 불허해야 한다. ‘윤리심판원’은 연수 결과 보고서뿐 아니라, 해외연수 계획서의 사전 홈페이지 게시를 일정 기간 이상 의무화해야 한다. 또, 기초의원 보수는 유럽처럼 무보수 명예직을 원칙으로 함으로써 순수 의정활동 비용만 지급하게 해야 한다.

기초의원 공천을 더는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에게 맡겨선 안 된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정당공천제의 폐지를 의미하진 않는다. 중앙당이나 시·도당 차원의 공천 시스템은 가동하되, 지역대표는 최대한 줄이고 대신 정당별 득표율에 따른 비례대표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지역에서도 정당 간 정책 대결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더 근본적인 ‘쓴약’ 처방을 제시한다면, 요즘처럼 ‘시간과 공간의 격차가 사라진’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현행 제도처럼 종적(縱的)으로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같은 다계층화가 과연 필요한지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