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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포렌식에 털릴라…‘카톡’쓰던 공무원들 ‘텔레그램’ 망명

박수진 기자 | 2019-01-11 11:50

동료들 적폐 피의자 전락보며
대화·사진유출 우려 갈아타기
복원 안되고 삭제 가능해 선호

“정권 바뀌면 실무자에 덤터기
근거 남기려 카톡 안 지운다”


경제부처 A 과장은 지난주 초 부랴부랴 SNS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Telegram) 앱을 깔았다. ‘아직 가입하지 않고 뭐 하느냐’는 상사의 재촉 때문이었다. A 과장은 “공무원 전용의 ‘바로톡’이란 SNS가 있지만, 종종 연결이 제대로 안 되는 등 불편한 점이 있어 텔레그램을 선호하는 장·차관, 실·국장님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부처 B 국장도 이번 주 처음 텔레그램을 시작했다. B 국장은 “주변에서 보안성이 좋다며 하도 권해서 가입해봤다”고 말했다.

11일 정부 부처와 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최근 관가에 텔레그램 가입 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텔레그램은 2013년 개발된 앱으로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이는 SNS인 카카오톡(카톡)의 해외 버전인 셈이다. 텔레그램 본사에서도 열람할 수 없는 비밀 대화방 서비스가 있고, 자동으로 대화 내용을 삭제하는 기능도 있어 2014년 카카오톡에 대한 검찰의 감청 영장이 청구된 이후 한때 수백만 명이 텔레그램으로 옮기는 ‘사이버 망명’이 이뤄지기도 했다.

관가에서는 지난 4∼5년간 카톡이나 휴대전화 일반 메시지로 버티던(?) 공무원들이 잇따라 텔레그램을 시작하는 것은 연이어 터져 나오는 내부 폭로와 더불어 공무원들에 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강압 수사식 휴대전화 임의제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는 정부 자료를 인용한 비판적 언론 보도가 나오면 특감반원들을 관련 부처에 보내 공무원들 휴대전화를 제출받은 뒤 청와대 안에 있는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 장비로 휴대전화 내용을 분석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놓고 ‘휴대폰 사찰’‘영혼 탈곡기’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주변 동료, 선후배가 줄줄이 ‘적폐 수사 피의자’로 전락하는 걸 목격하면서 공직사회가 가뜩이나 움츠러든 가운데 김태우 수사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한 폭로도 텔레그램 가입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지난 9일 텔레그램에 가입한 C 과장은 “카톡 대화와 사진들이 생생히 캡처돼 그대로 유출되는 걸 보니 섬뜩해 일단 가입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쯤 전직 차관 등이 구속된 모 부처의 경우 과장급 이상 공무원들이 별도 지시 없이도 텔레그램에 줄지어 가입했다. 이보다 앞서 고위급들이 대거 구속된 또 다른 부처 역시 주요 보직에 있는 공직자 대다수가 텔레그램 가입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진다. D 과장은 “카톡이 워낙 많이 털리니 중요 문서나 지시는 삭제기능이 있고 복구도 어렵다고 하는 텔레그램으로 오가곤 한다”고 말했다.

텔레그램 사용은 중앙부처부터 지방 공직사회, 주무관이나 사무관 등 상대적으로 낮은 직급부터 장·차관까지 가리지 않고 확산하고 있다. 경제 컨트롤 타워인 기재부의 경우 홍남기 부총리와 1, 2 차관 모두 텔레그램을 쓰고 있다. 전임 김동연 전 부총리도 텔레그램 이용자다. 부동산 대책 수립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김현미 장관과 1, 2 차관 모두 사용한다. 오히려 일부러 텔레그램을 안 쓰는 사례도 있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정권이 바뀌고 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실무자에게 덤터기를 씌우려 하는 경우를 이번에 너무 많이 봤다”며 “근거를 남기기 위해 카톡 대화는 절대 지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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