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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감독은… 빨치산 다룬 ‘남부군’, 베트남戰 ‘하얀 전쟁’… 현대史 3부작 만들어

기사입력 | 2019-01-11 11:23

국내 영화사(史)에 있어 정지영(사진) 감독만큼 한국 현대사와 궤적을 같이한 인물은 없다. 그건 그의 한국 현대사 3부작 ‘남부군’(1990), ‘하얀 전쟁’(1992),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1994) 등으로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남부군’은 개봉 당시 한국 영화계뿐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이념의 새로운 간극을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주인공 이태(안성기)가 6·25전쟁 당시 지리산을 근거지로 했던 빨치산의 가담자였기 때문이다.

‘하얀 전쟁’은 베트남 전쟁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아낸 안정효의 소설 ‘전쟁과 도시’를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우리가 참여했던 전쟁의 이면이 꽤나 어두운 결과를 초래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 담겼다.

1990년대 정 감독이 만든 영화는 한결같이 당시 한국사회의 속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들이었다. 당시 그는 영화계의 ‘까칠남’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정 감독이 내심까지 뾰족한 사람은 아니다. 그의 데뷔작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1982)와 ‘위기의 여자’(1987)를 거쳐 ‘블랙잭’(1997)에 이르는 또 다른 작품 연보는 정 감독이 필름누아르나 치정 스릴러 등 장르영화에 대한 욕망이 남다르며, 그 재능 또한 비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대가 허락했다면 정 감독은 어쩌면 브라이언 드 팔마(‘드레스드 투 킬’ ‘칼리토’ ‘언터쳐블’ 등을 만든 할리우드 장르영화 감독)처럼 스릴러 전문 감독이 됐을 법한 인물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감독의 시대와 역사에 대한 ‘거대 담론 강박증’은 그 스스로를 영화적으로 영어(囹圄)의 몸이 되게 했다. 그는 자신의 저주받은 실험영화 ‘까’(1998) 이후 무려 13년을 침묵으로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부러진 화살’(2011)과 ‘남영동1985’(2012)로 그가 화려하게 부활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정 감독은 현존하는 한국 현대영화감독 중 노년에도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한국영화 역사에 있어 새로운 롤모델로 꼽힌다. 그는 현재 조선희의 소설 ‘세 여자’의 영화화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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