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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윙키즈’의 박혜수

‘K-팝 스타’로 첫 TV 등장
4년 연기하며 찾아온 기회

외할머니 기억, 인물에 녹여
한국전쟁 시대적 배경 표현

새로운 삶·행복 안겨준 작품
배역 몰입하니 저절로 눈물

“호평·혹평속 일희일비 안해
더 발전된 연기 보여주고파”

영화 ‘스윙키즈’(감독 강형철)를 보고 극장 문을 나선 후에도 유독 관객의 뇌리에 동동 떠다니는 배우가 있다.

극 중 통역사 양판래 역을 맡았던 박혜수다. 서툴지만 4개 국어를 능히 해내며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갇힌 이들의 소통을 돕고, 남다른 춤사위로 이목을 사로잡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어디서 튀어나왔지?’ 싶기도 하다. 2014년 SBS ‘K-팝 스타’의 출연자로 TV에 얼굴을 들이민 후 드라마 ‘청춘시대’와 ‘내성적인 보스’, 영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등에서 연기력보다는 반짝반짝 빛나는 외모로 더 주목받았던 그는 ‘스윙키즈’의 주연을 맡아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어깨에 짊어진 부담감이 만만찮았을 법한데, “이 영화를 찍으며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는 박혜수는 탭댄스를 추던 양판래와 같이 가벼운 발놀림으로 난관을 뚫고 합격점을 받았다. 그의 2019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는 건 어떤 뜻인가.

“평소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편이었는데, 매일 4시간 이상 춤 연습을 하다 보니 기절하듯 잠이 들었어요. 또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춘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인지 미처 몰랐어요. 스트레스도 풀리고 제 성격이 밝아지는 것이 느껴졌죠. 저는 몸을 잘 쓰지 못하는 정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스윙키즈’는 제게 새로운 삶의 즐거움을 안겨준 작품이에요.”

―개봉 전 인터뷰에서 ‘외할머니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스윙키즈’는 한국전쟁이 배경이잖아요. 외할머니께서 그때 일을 마치 어젯밤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계셨어요. 외할머니의 안 좋은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 같아 걱정도 됐지만, 그 말씀을 들은 후 양판래라는 인물을 표현하는 데 큰 도움을 얻었어요. 외할머니를 시사회에 초대해 ‘스윙키즈’를 보여드렸는데, 정말 좋아하셨죠. 외할머니의 그 웃음이 제게는 가장 큰 칭찬이었던 것 같아요.”

―명문대(고려대 재학 중)를 다니는 딸이 연예인이 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반대하지 않으셨나.

“처음에는 걱정도 하셨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크게 응원해 주세요. ‘스윙키즈’를 촬영하는 내내 고민을 함께 나눴어요. 제가 춤추는 것에 자신 없어 하니까 말씀은 안 하셔도 속이 상하셨나 봐요. 그런데 제가 연습하며 조금씩 나아지는 과정을 말씀드리니 안심하시면서 조언도 해주셨죠. 연기를 시작한 후 오히려 부모님과 더 소통하고 대화할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 기뻐요.”

―스스로 ‘배우가 되어가고 있다’고 느끼는가.

“아직 제가 ‘배우가 됐다’는 확신은 없어요. 하지만 ‘스윙키즈’를 준비하면서 연기의 매력이 무엇인지는 확실히 알게 됐어요. 처음에는 양판래의 감정을 느껴보려 했는데, 이 배역에 빠져드니 ‘인간 박혜수’의 감정이 동화되는 것을 느꼈죠. 그래서인지 촬영 막바지에는 연기를 하려 하지 않아도 눈물이 막 흘러내렸어요. 촬영이 끝난 후 ‘시원섭섭하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저는 시원하기보다는 섭섭한 마음이 커서 양판래를 보내기 힘들었어요.”

―연기에 대한 호평·혹평을 동시에 받은 지난 4년은 어떤 의미인가.

“갑작스러운 관심에 붕 떠 있는 느낌이었다가 좋지 않은 평가를 받으면 그 말이 가슴에 콕 박혀서 속앓이를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게 됐죠. 그보다는 갓 데뷔한 제가 그런 수많은 기회를 가졌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커요.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제가 가진 것보다 더 큰 칭찬을 받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굴곡이 조금 더 저를 강하게 만든 것 같아요. ‘스윙키즈’는 특히 더 그랬고요. 그래서 다음 작품에서는 보다 나은 박혜수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겁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박혜수는 극 중 통역사 양판래(오른쪽) 역을 맡아 4개 국어를 구사하는 동시에 빼어난 춤사위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