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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얼굴에는 자신이 살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담기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덧 20대 끝자락에 닿은 배우 박신혜는 자신의 길을 잘 닦아온 듯하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2018년을 닫고, 2019년을 연 그는 요즘 연기와 외모 모두 ‘만개(滿開)’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배우로서 더없는 찬사다. 높은 시청률은 그의 노력의 반대급부로 얻은 덤이라 할 만하다.

박신혜는 지난 2003년 가수 이승환의 뮤직비디오로 데뷔했다. 그때 그의 나이 13세였다. 이후 ‘천국의 계단’에서 최지우의 아역을 맡는 등 다양한 아역을 소화하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다.

성공한 아역은 성인 배역으로 이미지를 바꾸기 어렵다는 우려도, 박신혜에게는 기우에 불과했다. 그 바탕에는 발군의 연기력이 있었다.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이미지는 쉽게 꺾이기 마련이지만, 박신혜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좀처럼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필모그래피를 써내려갔다. 그 결과 데뷔 후 16년간 별다른 굴곡 없이 상승 곡선을 그려올 수 있었다.

박신혜는 한류(韓流)를 등에 업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여배우이기도 하다. 통상 ‘한류스타’라는 수식어는 남자 연예인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 속에서 박신혜는 매년 아시아 팬미팅을 돌 수 있는 독보적인 여배우다. 자연스럽게 그를 캐스팅한 드라마의 수출단가 역시 상승한다.

2009년 ‘미남이시네요’로 장근석과 함께 일본 내에서 ‘겨울연가’ 이후 최고의 한류 열기를 이끌어 냈고, 이민호·김우빈과 함께한 ‘상속자들’, 이종석과 호흡을 맞춘 ‘피노키오’ 등이 아시아 전역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이쯤되면 박신혜가 최고의 한류스타들의 인기가 편승한 것이 아니라, 박신혜의 곁은 최고의 한류스타에게만 허락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박신혜의 짝 역시 한류스타인 현빈이다. 지난주 방송 분량에서 두 배우는 첫 키스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시청자들을 잠들지 못하게 만들었다. 박신혜의 얼굴은 하나지만, 그는 차곡차곡 공들여 쌓아 올린 연기력으로 작품마다 캐릭터에 새로운 옷을 입히며 상대 배우와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뿜어내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서로 다른 포지션을 취하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 역시 눈에 띈다. 드라마의 인기와 영화의 티켓파워는 직결되지 않는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박신혜는 매번 슬기롭고 영리한 선택을 한다. 여주인공 역할과 분량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7번 방의 선물’ 때는 출연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임팩트 있는 역할로 ‘1000만 배우’ 대열에 합류했고, 최민식과 함께한 ‘침묵’, 한석규와 어깨를 견준 ‘상의원’ 등을 통해 선배들에게 기꺼이 한 수 배운다. 항상 낮은 자세로 임하려는 그의 노력은 연기 내공을 쌓아가는 밑거름이 됐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하지만 이른 나이에 연기를 시작한 박신혜는 어느덧 강산이 두 번 변할 정도의 시간을 배우로 살아오고 있다. 그리고 해가 바뀔수록 그는 성장한다. 2019년의 박신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