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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금같이 귀한 10만 원으로 매월 아이들에게 책도 사주고 문화생활도 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 간담회에서 인천 옹진군 자월도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한 어머니가 아동수당에 관해 들려주신 말씀이다. 섬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을 위한 문화생활이 부족해서 걱정인 그에게 매월 10만 원씩 지급되는 아동수당은 ‘귀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병원에 입원 중인 아이가 건강하게 퇴원해서 성장하기를 희망하면서 아이 이름으로 아동수당을 적립하는 통장을 만들었습니다.” 아동수당 사진공모전에 당선된 강원도 원주시에 사는 한 아버지의 사연이다. 태어났지만 아직도 병원 집중치료실에 있는 아이를 간병 중인 아버지에게 아동수당은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바라는 ‘희망’이다.

아동수당 제도가 2018년 9월부터 시행됐고, 그동안 약 221만 명의 아동이 수당을 받았다. 정부는 국민이 쉽게 신청하고 받을 수 있도록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선별적 제도의 본질상 엄격한 소득조사에 따른 자격 판정 과정에서 적잖은 불편과 비효율이 발생했다. 국회에서도 이러한 국민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아동수당법을 보편적 제도로 개정했다. 그래서 올해부터 소득·재산조사 없이 6세 이하 아동이 있는 모든 가구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명실상부한, 보편적 사회수당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아동수당 제도는 아이의 양육과 관련한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하고 있다. 맞벌이와 육아로 바쁜 20∼40대 부모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아이를 양육하는 일이 돈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적으로 비용을 지원함으로써 도움을 주는 것은 초(超)저출산 시대에 중요한 정책 목표임에 분명하다.

이와 함께 아동수당 제도는 아동의 권리를 한층 강화하고 대한민국 사회가 아이의 미래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으로 태어나면서부터 차별 없이 아동수당을 지급 받는 것은 그가 자라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역할을 할 것이라는, 그래서 모든 아동이 태어나면서부터 국가의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보장한다는 의미가 있다.

아동수당 제도는 이미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제도다. 나라마다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아동수당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아동수당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아이 키우는 일을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격언이 있다. 나는 마을 전체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OECD 자료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아동가족부문 지출은 OECD 회원국 평균 2.4%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1.3%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아동수당 제도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경제는 구조적 전환기에 직면해 있다. 전통적인 산업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고,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와 기술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진행 등 새로운 도전은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편적 아동수당 지급은 지속 가능한 성장, 함께 잘사는 혁신적 포용국가 구현을 위해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의미를 가진다. 우리가 지혜를 모아 아동수당 제도의 발전을 논의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2019년은 기해(己亥)년, 복덩어리 ‘황금 돼지’의 해라고 한다. 우리의 늦둥이 아동수당이 아동 가구의 삶의 질을 높이고 포용국가를 발전시키는 복덩어리 정책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