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文대통령 발언 분석

“내년 상반기까지 성과 못내면
국정 주도권 상실 위기감 감지
기업주도 경제로 전환 본격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기존 경제 정책을 반성하는 내용의 발언을 하면서 집권 3년 차 경제 기조 변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내년 상반기까지 경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국정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감지하고, 정부 주도에서 기업 주도로 경제 정책의 방향 전환을 본격화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포용적 성장을 단순히 주어진 임무가 아닌 반드시 가야 할 길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경제정책의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상황이 만만치 않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무역의 날 기념식을 시작으로 수석보좌관회의, 확대경제장관회의,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업무보고 자리에서 기존 경제정책의 과오를 일부 인정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고용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문제들을 직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체감하는 고용과 민생지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11일 수석보좌관회의) “(경제정책의) 성과들을 체감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17일 확대경제장관회의)고 했다. 급기야 전날 산자부 업무보고에서는 “일각에서는 산업정책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산업 생태계가 이대로 가다가는 무너지겠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며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는 정부에 뼈아픈 자성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최근 문 대통령의 발언은 소득 주도 성장보다 규제 개혁과 투자 활성화 등 민간 부문의 경제 활력 제고에 초점이 맞춰 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경제 성과가 나지 않으면 포용적 국가나 소득 주도성장 등은 추진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정부가 이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포용적 성장 또한 분배를 하면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야당과의 협치와 정책 추진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경제 활력이 단순히 연설을 통한 ‘레토릭 정치’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입법이 같이 가야 하고, 이는 야당과의 협치 없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집권 3년 차에 경제 정책 기조를 전환했지만, 지지층의 반대가 심했다”며 “지지층은 물론 이해 관계자의 반대와 저항을 뚫고 나가는 추진력이 있어야 실제 정책 집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