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직무 범위를 일탈해 민간에 대한 사찰을 벌였을 가능성이 더 확연해졌다. 나아가 특정 목적에 따라 표적을 정해 감찰하고, 그 결과는 정권과의 친소에 따라 선별적으로 처리하는 ‘코드 감찰’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이전 정권 시절 민정수석실이나 국군기무사, 국가정보원 등 정보기관들의 민간 사찰을 국기문란 적폐로 규정해 강력히 대응했던 현 정권인 만큼 더욱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정한 처리가 불가피하다.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은 공개 자료에 나와 있는 내용임에도 불법 사찰 혐의를 받고 수사를 받던 중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특감반 소속으로 있다가 검찰로 복귀 조치된 김태우 수사관이 작성한 첩보 보고서 목록에는 전직 총리의 아들 및 전직 고위 관료의 비트코인 투자 현황이나 민간 은행장의 동향이 담겨 있다. 특감반은 고위 공직자나 공공기관에 대해 조사를 할 수 있지만, 민간 정보 수집은 명백한 불법이다. 청와대는 17일 오전만 해도 “다양한 종류의 불순물이 묻어 들어온다”고 했다가 오후에는 “가상화폐 투자와 관련한 반부패 정책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로 데이터(기초자료)로 수집했던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부패 관련 자료 수집을 위해 민간을 사찰할 수 있다는 논리를 확장하면 어떤 개인이든 조직이든 뒤질 수 있다. 궤변이자 위법적 발상과 다름없다. 또 김 수사관은 상부로부터 민간 기업인 공항철도에 대해 조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도 한다. 청와대는 “민간기업인 줄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으니 더 기가 막힌다. ‘정윤회 문건’ 사건 때 정보 유출자로 지목받은 박관천 전 경정은 ‘위대한 공익제보자’라고 치켜세웠으면서, 김 수사관에 대해선 ‘미꾸라지’라며 비난하니 이런 ‘내로남불’도 없다.

감찰권을 선별 행사한 정황도 나왔다. 외교부 내 정보 유출 문제로 한 외교관을 감찰하다 혐의가 나오지 않자 사생활을 조사하는가 하면, 흑산도 공항 건설 등에서 청와대와 입장을 달리했던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집중 감찰한 사실도 나왔다. 반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경우 취업 청탁으로 1000만 원을 수수했다 돌려준 의혹과 관련, 박근혜 정부 때 검찰 수사를 한 적이 없는데도 “당시 무혐의 됐다”고 감쌌다. 또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근무한 전력이 있는 금융위원회 국장은 금품 수수 의혹으로 감찰을 받았지만 결국 차관보급 자리로 영전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불순물 수집’이라고 한 김 수사관의 행위를 당시에는 눈감고 있다가 1년6개월 지난 이제 불법 운운하는 것도 납득이 어렵다. 사실이라면 불순물 수집을 발견한 즉시 감찰반에서 배제시켰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