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취임 후 첫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경제 활력을 강조한 바로 그날,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산정 때 유급휴일도 근로시간에 합산하겠다는 방침의 강행을 밝히고,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하는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문 대통령이 이날 밝힌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이 소득주도성장의 방향 수정인지, 단순한 속도 조절인지를 놓고 논란이 분분한 상황에서, 거의 동시에 일어난 정부의 냉·온탕식 움직임은 기업과 시장을 더 헷갈리게 한다.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내년도 4대 경제정책 과제를 제시했는데, 첫째가 전방위적 경제 활력 제고, 둘째가 경제 체질 개선 및 구조개혁이었고, 셋째가 소득주도성장에 해당하는 포용성 강화였다. 넷째는 미래 대비 투자 및 준비였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보완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청년일자리 대책회의에서 “민간·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남아 있다”, 지난 10월 일자리위원회에서는 “정부는 주도가 아니라 지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무엇이 진의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고용부는 이날 ‘최저임금 문제의 또 다른 폭탄’으로 불리던 유급휴일 근로시간 합산 강행 방침을 밝혔다. 다음 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8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직후부터 반발과 문제점 제기가 이어졌는데, 뭉개고 가겠다는 의미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17개 경제단체는 이날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도 위반 사례가 속출하게 된다”면서 생존적 두려움과 범법자로 내몰릴 우려를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이런 혼선을 해결하지 않으면 경제장관회의를 수십 번 열어도, 경제 활성화를 아무리 외쳐도 구두선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