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옆 도로에 설치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분향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故 이재수 前기무사령관 안장

빈소·광화문분향소에 조문행렬
아들 “줄 건 명예뿐이라 했는데”

“아버지의 선택이 실감 나지 않습니다.”

11일 오전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국립대전현충원 장군 묘역에서 진행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시신 안장식에서 아들 이모 씨가 하관 직전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씨는 “아버지는 생전에 ‘나는 군인이라 큰돈을 모을 수 없으니 너에게 줄 건 명예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안장식에는 유족을 비롯해 전날 빈소에 조문한 후 따로 장지를 찾은 박지만 EG 회장 등 이 전 사령관의 육군사관학교 37기 동기들이 참석했다. 이덕건 육사 37기 동기회 사무총장은 추모사를 통해 “고인은 ‘모든 책임은 나에게, 공은 부하에게’라는 쉽지 않은 일을 이루려 한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안장식이 진행되는 동안 박 회장의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몰려든 1인 미디어들과 유족 간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등 혼란이 일기도 했다.

앞서 지난 10일 저녁부터 이날 오전까지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는 이 전 사령관의 발인을 앞두고 일본에서 귀국한 박 회장을 비롯해 이 전 사령관을 잘 알고 지내온 사람들의 막바지 조문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이 전 사령관의 고교 동창이자 육사 동기인 박 회장은 10일 오후 조문했다. 박 회장은 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빈소로 직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빈소에서 만난 이 전 사령관의 동기생 이모 씨는 “박 회장이 빈소에 들어오자마자 고인의 부인을 붙잡고 펑펑 울었다”며 “박 회장이 ‘울고 싶지 않은데 울게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오후 11시 30분쯤 귀가했다. 김병관 전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심재철·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빈소를 찾았다.

이 전 사령관의 후배 김모 씨는 “영장심사 당시 부당하게 수갑을 채우는 바람에 고인께서 수치심을 많이 느끼셨다”며 분개했다. 김 씨는 “이 전 사령관의 영장 심사가 끝나고 돌아가시기 전에 잠깐 뵈었는데 영장심사 이야기를 하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겨누는 시늉을 하셨다”며 “당시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안타까운 일을 암시하신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의 동기 성모 씨는 “고인은 의리를 아는 사람이었다”며 “이 자리에 얼굴을 비쳤어야 할 현역 군인들이 한 사람도 조문하지 않은 것이 제일 화가 난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도 10일부터 시민 분향소가 설치됐고, 많은 시민이 찾아 이 전 사령관을 추모했다. 11일 경기 남양주에서 올라와 분향소를 찾은 이모(여·57) 씨는 “기무사령관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어째서 지탄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최재규·조재연 기자 jqnote91@
대전=전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