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아끼려고 맡겼다 피해
계약전 업체 방문 확인 필요

인터넷을 통해 인테리어 공사 계약을 했다가 부실공사로 피해를 봤음에도 구제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카페 등을 통해 홍보하는 이들 업체 중 일부는 실체조차 없는 ‘유령 업체’로 드러났다.

지난달 26일 한모(39) 씨는 인테리어 업자 김모 씨를 사기 혐의로 서울 강북경찰서에 고소했다. 한 씨는 지난 9월 한 인터넷 카페를 통해 김 씨의 인테리어 업체와 1090만 원에 도봉구 쌍문동의 주택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내부를 수리한 뒤 주택을 세입자에게 빌려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공사를 마친 자택은 김 씨의 약속과 달리 방수가 안 돼 현관에 물이 고였고, 바닥에 습기가 차 곰팡이가 피었다. 정해진 날짜에 세입자를 받지 못한 한 씨는 중개비와 이사비를 물어줘야 했다. 2년 동안 애프터 서비스를 해주겠다고 약속한 김 씨는 연락이 되지 않았고, 명함과 견적서에 나온 주소에는 김 씨의 업체가 없었다. 한 씨는 10일 “김 씨를 미등록 사업자로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각종 생활 정보를 인터넷 카페에서 공유하는 사례가 늘면서 인테리어 업자들의 광고가 난립하고 있고,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한 네티즌은 A 카페에 글을 올려 “여기를 통해 알게 된 업체와 계약서를 쓰고 계약금으로 약 1000만 원을 입금했는데 사전 철거조차 하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이 네티즌은 “업자가 공사도 하지 않고 잔금을 달라고 하더니 돈을 주지 않자 집을 폐허로 남겨둔 채 시간만 끌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초기 공사만 진행한 뒤 잠적 △계약금만 받아 잠적 △공사 지연 △초기 계약과 달리 자재값을 추가하며 공사 중단 위협 등 인테리어 사기 수법의 유형까지 분류하며 근절을 요구하는 글도 올라왔다.

이윤진 한국인테리어소비자협회장은 “온라인에서 저렴한 업체만 찾으면 옥석을 가리지 못하고 잘못된 업체와 계약할 수 있다”며 “인터넷에서 알아보더라도 직접 업체를 방문해 계약하고, 사업자 대표자명과 통장 명의가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원일 한국인테리어경영자협회 사무국장은 “인터넷 카페에 질문을 올리면 댓글로 업자들이 달라붙는다”며 “전문 사기꾼들은 일반 업체보다 계약금과 중도금 비중을 높여 부른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보인의 천창수 변호사는 “소비자가 전문용어를 사용하면 오히려 공사 경험이 부족한 사기꾼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소비자가 먼저 제품명과 공사 용어에 익숙해지는 것도 사기를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조재연·정유정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