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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연, 12개국 비교분석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타격
미국·아일랜드·아이슬란드 등
3國만 10년전 GDP 수준 회복
친기업 정책·노동시장개혁 덕

“민간기업 투자기피 현상 극심
위기에도 투자할수 있게 해야”

경제 위기를 겪은 국가는 10년이 지나도 예전 수준을 회복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20일 한국경제연구원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가적으로 시스템적 금융위기를 겪은 12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추세를 분석한 결과, 미국과 아일랜드, 아이슬란드만 위기 직전 수준을 회복했다.

실제로 위기 직전 1인당 GDP 최고치를 100으로 산정하고 2017년 실적과 증감을 비교한 결과 미국과 아일랜드, 아이슬란드는 각각 123.2, 115.4, 104.1로 예전 수준을 넘어섰다. 하지만 나머지 독일(95.4)과 영국(79.2), 프랑스(84.3), 이탈리아(78.6), 그리스(57.9), 네덜란드(84.5), 포르투갈(84.9), 스페인(79.4), 우크라이나(63.1) 등 9개 국가는 100을 밑돌고 있었다.

참고로 시스템적 금융위기는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대규모 금융부실, 은행 연쇄파산, 정부의 유동성 지원, 저성장 지속, 고실업 사태 등의 복합적 발생을 뜻한다.

이들 12개국의 경제성장률 역시 미국과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3개국만 예전 수준을 회복했다. 미국은 2007년 1.8%에서 2017년 2.3%로, 아일랜드는 5.2%에서 7.8%로, 포르투갈은 2.5%에서 2.7%로 늘어났다.

반면, 독일은 같은 기간 3.3%에서 2.2%로, 영국·프랑스는 2.4%에서 1.8%로, 그리스는 3.3%에서 1.4%로, 스페인은 3.8%에서 3.1%로, 네덜란드는 3.7%에서 3.2%로 각각 떨어졌고, 이탈리아는 1.5% 수준을 회복했다. 우크라이나와 아이슬란드는 각각 8.8%, 9.4%에서 3.6%, 2.5%로 큰 폭으로 곤두박질쳤다.

실업률은 미국(5.8%→4.4%)과 독일(7.5%→3.8%), 영국(5.6%→4.3%), 아일랜드(6.8%→6.7%), 아이슬란드(3%→2.7%)만 위기 직전보다 낮아졌다. 반면, 프랑스(7.1%→9.4%), 그리스(7.8%→21.5%), 이탈리아(6.7%→11.2%), 네덜란드(2.8%→4.8%), 스페인(11.3%→17.2%), 우크라이나(6.4%→9.5%), 포르투갈(7.6%→8.9%) 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한경연은 시스템적 금융 위기를 겪은 국가 가운데 단기간에 회복한 주요 국가는 △전례 없는 극단적 양적 완화와 친기업 정책(미국) △노동시장 개혁(독일) △파격적인 법인세 혜택 정책(아일랜드)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한경연은 “한국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켜나 있었으나 지금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유정주 한경연 기업혁신팀장은 “저성장, 성장동력 약화, 가계소비 부진, 반시장 정책 등 구조적 위기 요인에 미국과의 금리 차이 심화, 보호무역주의 대두 등 대외적 어려움이 가중하면서 민간기업의 투자 기피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며 “기업이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서둘러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