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네티즌 공분… 비난 쏟아져

중국에서 동성애 소설을 쓴 작가가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과도한 처벌이 아니냐는 비판이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20년 전 만들어진 사법적 기준을 적용하면서 동성애 소설 작가가 성폭행 가해자보다 더 무거운 형벌을 받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 안후이(安徽)성 우후(蕪湖)시 인민법원은 지난 10월 31일 한 여성 작가가 남성 간 동성애 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소설 ‘궁잔(攻占)’을 온라인에서 판매했다는 이유로 징역 10년 6개월을 선고했다. ‘톈이(天一)’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이 작가는 이 소설을 몇 개월 동안 온라인에서 7000권을 판매해 모두 15만 위안(약 2500만 원)의 수익을 거뒀다. 이 소설은 선생과 제자의 금지된 사랑을 다루면서 성폭행과 학대를 담은 성도착증 행위를 상세하게 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외설물은 불법으로 금지돼 있다.

이 작가의 처벌 소식이 중국 네티즌들에게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 거센 항의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이 작가에게 10년 이상의 징역형 선고가 가능했던 것은 1998년 중국의 대법원격인 최고인민법원의 사법 해석 때문이다. 최고인민법원은 외설 소설 등을 5000권 이상 판매해 10만 위안의 수익을 낼 경우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인터넷이 본격화되기 전에 만들어진 이 규정을 적용해 작가에게 10년 이상의 형벌을 가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비판했다. 사회학자인 리인허는 “톈이라는 작가가 형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음란물이 흔한 세상에서 10년은커녕 1년의 징역형도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한 여성 네티즌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올해 5월 베이징 길거리에서 성폭행을 당했는데, 가해자는 겨우 8개월의 징역형을 받았다”고 자신의 경험을 올리며 분개했다.

SCMP는 “최근 강간과 폭력 등 중범죄에 대해 이 작가보다 낮은 형벌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네티즌들이 크게 공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윈난(雲南)성에서는 한 남성이 네 살 여자아이를 납치해 강간한 범죄에 대해 5년형을 선고했다가 대중의 반발이 거세자 8년형으로 늘어난 사례도 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