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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어 시사포럼’ 참석 김도운 前 산업연구원장 인터뷰

“기술·마케팅 장점 지닌 대기업
후배 기업 키우는 파트너 돼야
정부가 말한 ‘포용 경제’ 이뤄져”

“대기업은 억누르고 중소·벤처기업만 키워서 새로운 산업을 열어가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한국산업의 위기와 혁신’을 주제로 열린 ‘니어 시사포럼’에 참석한 김도운(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사진) 전 산업연구원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산업생태계를 육성하고, 후배 기업을 키워내는 대기업에 신산업 투자에 대한 길을 열어준다든지 하는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전 원장은 현 정부가 추진 중인 혁신성장 등 산업 정책과 관련, “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대기업을 배제하고 중소기업만을 중시하는 점은 아쉽다”면서 “‘중소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 대기업이며, 대기업을 억누르면 자연히 중소기업이 육성될 것’이라는 사고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의 산업화, 글로벌 시장의 개척 능력, 마케팅 능력 등은 대기업이 가진 큰 장점”이라며 “오히려 대기업이 후배 기업을 키우고 또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벤처기업 인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파트너로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다양한 방법으로 대기업과 벤처·중소기업의 협력이 이뤄질 때 오히려 문재인 정부가 말한 ‘포용 경제’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원장은 산업 혁신과 관련, “여가생활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추세가 확산하면서 산업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과거와는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역시 단순히 과거의 산업기술력, 생산경쟁력 등만을 강조하는 정책 기조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주력산업들이 구축해 놓은 제조업생태계는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과 생산 조직을 갖추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는 외부세계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용하기 어려운 폐쇄된 구조”라고 지적하면서 “산업생태계 내부 구성 기업들이 외부 기업들과 자유롭게 협업을 추진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산업생태계 활성화’를 강조했다.

김 전 원장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산업 구조조정 과정은 대부분 위기 발생 이후에 사후적으로 정책이 추진되기 때문에 경제 전체의 산업 경쟁력, 산업 구조 변화 등의 산업 정책적 시각보다는 기업들의 경영·금융·고용 문제에 초점이 맞춰진 기업 구조조정의 성격을 띠고 있다”며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얼리 워닝(early warning) 시스템’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글 = 박세영 기자 go@munhwa.com
사진 = 김선규 기자 uf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