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막바지인 요즘 골프장마다 평일에도 부킹 전쟁입니다. 하지만 12월이 오면 골퍼 상당수는 해외원정 골프를 갑니다. 제주와 남해안 일대를 제외하곤 12월부터 3개월은 영하로 떨어지고 눈까지 내리면 사실상 국내에서 골프가 어려워집니다. 그렇다고 스크린 골프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이미 겨울 골프의 낙원으로 불리는 태국이나 필리핀 등지로 떠나는 항공권은 평소보다 배나 올랐지만, 예약이 마감된 노선도 많습니다.

최근 대한골프협회(KGA)가 발표한 ‘2017 한국골프지표’에 따르면 해외원정 골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만 211만 명에 달해 2007년 56만 명에 비해 10년 사이 4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들이 해외원정 골프에 지출한 돈은 1인당 평균 141만 원으로 연간 2조9751억 원이나 됩니다. 이는 국내에서 골프로 지출한 총액 25조1856억 원의 10%를 넘습니다.

정부도 한때 외화 낭비라며 지방 골프장 그린피에 붙는 개별소비세(2만1120원)를 면세해 주는 ‘일몰제’를 도입해 효과를 봤습니다. 일몰제 시행으로 한겨울에도 제주나 남도 지방에는 골프장 내장객이 늘었고, 해외골프 여행객이 크게 줄기도 했습니다. 실제 2012년 122만 명이던 해외원정 골프 여행객은 2014년 113만 명으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세수 확충이라는 명분으로 2015년부터 일몰제를 없애더니, 올해 1월부터는 제주 지역까지 면세 혜택을 폐지했습니다. 지난 1∼9월까지 제주지역 전체 골프장 입장객이 무려 19%나 감소했습니다. 이젠 팀당 10만 원 가까이 더 내야 하기에 제주 골프의 메리트가 없어진 셈이죠. 특히 제주로 여행 온 골퍼들은 27홀을 치는 경우가 많아 개별 소비세 부담은 더욱 큽니다. 9홀을 추가해도 18홀치를 내야 합니다.

해외로 원정골프를 가는 이유는 많습니다. 우선 국내는 강추위로 코스 여건상 골프를 제대로 즐기기 어렵기도 하지만, 비수기임에도 비현실적으로 높은 요금체계도 한몫합니다. ‘비수기 요금’을 적용한다 해도 그린피만 몇만 원 내릴 뿐, 캐디피나 카트비, 식음료 비용은 성수기 요금 그대로 받기 때문이죠. 이러다 보니 국내에서 3번 칠 비용이면 해외에서 1주일 즐길 수 있습니다. 해외로 나간다고 눈총을 줄 수도 없는 현실입니다.

정부는 매년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블랙프라이데이’를 모방한 ‘코리아 세일’ 행사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해외원정 골프를 줄여보려는 아이디어가 필요해 보입니다. 여행업계에서는 겨울 3개월 동안의 해외원정 골프가 전체 해외원정 골프의 절반이 넘는다고 말합니다. 겨울 시즌만이라도 일몰제를 부활하면 적어도 지금보단 해외원정 골프가 줄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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