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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性범죄피해자에 ‘연예인 가명’ 사용 논란

손우성 기자 | 2018-11-09 11:54

조서 작성때 유명인 이름 사용
법조계 “타인 인격권 침해 소지”
경찰 “피해자가 정하는게 원칙”


성폭력 피해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유명 여성 연예인의 이름을 피해자 가명(假名)으로 사용하는 경찰의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보호받아야 할 성폭행 피해자가 오히려 희화화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언급된 연예인들이 애꿎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은 현행법에 따라 성폭력 피해자 등에 한정해 가명으로 피해자 진술조사와 참고인 조서를 작성할 수 있다. 2차 피해를 막으려는 조처다. 이처럼 경찰에서 종종 여성 연예인이나 유명 영화·드라마 주인공을 가명으로 사용해온 관행을 놓고 법조계에서 비판이 나왔다. 정현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판사는 지난 5일 성남지원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형사실무연구회 세미나에서 “성폭력 사건 관련 문서에 여성 연예인들의 이름이 무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피해자의 인격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가명 조서 제도가 또 다른 사람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송혜교·전지현·김태희·이영애 등 유명 배우나 아이유·쯔위 등 인기 가수,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하지원이 연기했던 ‘길라임’ 같은 영화·드라마 주인공 이름이 주로 사용되는 가명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 변호사는 9일 “엄중히 다뤄야 할 성폭력이 자칫 희화화될 수 있다”며 “경찰이 이런 관행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경찰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가명은 피해자가 원하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피해자가 이름을 결정하지 못할 때만 기억하기 좋은 몇 개의 이름을 선정해 피해자가 고르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최근 서울 시내 경찰서 3곳과 성폭력 피해자 보호 센터 3곳에서 50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7개의 조서에서 연예인 이름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14% 수준으로 우려할만한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또 조서에 반드시 가명이라는 점을 표시하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여성 연예인의 이름이 피해자 가명으로 사용된 수사보고서와 조서가 그대로 증거로 제출돼 법원에서도 수정하기가 어려워 판결문 작성까지 이어지는 등 문제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정 판사는 “경찰, 검찰 다음 단계인 법원까지 온 상태에서 많은 관련 문서를 역순으로 고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수사 초기 단계부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연예인 이름을 가명으로 최대한 쓰지 않을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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