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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 많이 했더니 따돌리더라”… 해외서 더 인정받는 국내최고 核공학자

기사입력 | 2018-11-09 11:18

서 교수가 만추(晩秋)로 접어드는 서울대 관악캠퍼스 벤치에 앉아 잠시 상념에 젖어 있다. 서 교수가 만추(晩秋)로 접어드는 서울대 관악캠퍼스 벤치에 앉아 잠시 상념에 젖어 있다.

서 교수는…

“공익위한‘마피아’는 좋은데
제 밥그릇 챙기기 되면 문제”


국내 최고의 핵공학자로, 1996년부터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 재직 중인 서균렬 교수를 깊이 탐색할 수 있는 자료는 뜻밖에 많지 않다. 원전 사고, 원전 비리, 비핵화 등의 현안마다 언론 등에 비평성 의견을 개진하긴 했지만 와이드 인터뷰는 드물게 진행했다고 한다. 공개된 프로필도 2012년 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 이후에는 ‘단절’돼 있다.

궁금해 직접 물어보니 국제 원자력계에서의 활동이 괄목할 정도로 더 많았다. 국제원자력한림원 정회원인데 국내에는 서 교수를 포함해 5, 6명뿐이란다. 또 미국원자력학회 집행이사, 국제원자력학회 협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는 미국, 캐나다, 호주, 대만, 브라질, 멕시코, 베트남 등 15개국이 가입해 있는 태평양원자력협회 회장으로 일했다. 해외에서 더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활동이 드문 이유를 물었더니 “(원전 현안과 관련해 학회, 학계에) 싫은 소리를 많이 했더니 따돌리고 내치더라”며 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원전 마피아’에 대한 입장도 물었다. 지난달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일부 의원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들이 원자력 규제기관, 원자력 연구 진흥기관의 주요 분야에 포진해 상호 견제가 이뤄지지 못한다”고 언급해 원전 마피아 논란이 일었다. 역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인 서 교수는 이에 대해 부인하지 않으며 강한 어조로 비판적 견해를 피력했다.

“사실 마피아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특수집단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면 괜찮은데 폐쇄집단, 복마전처럼 비치는 경우가 존재했지요. 특정 고교, 대학 선후배로 얽혀 있는 원전 관련 기관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폐쇄성, 상대방에 대한 포용능력 부재 등을 지적하곤 했는데 듣지 않더라고요. 마피아라는 게 공익을 위해 뛰면 칭송받을 수 있지만 서로 밥그릇 나누기로 진행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저 역시 그런 구조에서 밥그릇을 챙기지 않아 불이익을 받은 것이 사실입니다. 어떤 자리에서 해촉되거나 연구과제가 끊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어요. 그 자체가 오히려 국민에게 누가 되는 것이니까요. 앞으로는 원전 마피아 외에 반핵단체, 탈핵 인사들이 주축이 돼 별도의 마피아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태양광 마피아’ ‘풍력 마피아’가 되는 거지요. 수십 년간 원전 마피아한테 받은 핍박이 일시에 터지면서 말이죠. 그런데 추후 다른 정권이 들어서면 이들 역시 재차 적폐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죠.”

이런 배경 때문일까, 서 교수는 연구 및 후학 양성 과정에서 보람을 느꼈던 장면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한참을 망설이다가 “딱히 없다. 소수로 머물러 있었고 미국 원자력학회에서는 인정을 받았는데 국내에서는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원자력 분야를 선택하고 한길을 걸어온 자긍심은 매우 강했다. 현재 가르치고 있는 학생 중에 다행히 뜨거운 열정으로 원자력 분야에 몸담겠다는 학생이 5명가량 있어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의 올해 입학 경쟁률도 지난해보다 높아져 내년에도 인재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탈원전 선언에도 불구, 미래세대가 봤을 때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을 지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 희망을 느낀다”며 “원자력 분야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를 위해 에너지를 만들고 국가안보도 챙겨야 한다는 측면에서 사명감으로 매진해야 하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보상은 적은데 치열하게 두뇌를 활용해야 하며, 국가를 위해서는 누군가 걸어야 할 분야라고 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나랑 끝까지 (해외로 가지 말고) 국내에서 같이하자는 말을 들려주고 싶다”고 간절한 마음을 내비쳤다.

△1956년 광주광역시 출생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매사추세츠공대(MIT) 대학원 핵공학 석사, MIT 대학원 핵기계공학박사 △한국원자력연구소 노심 통계실 연구원, 프랑스 전력청 객원 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소 응용연구소그룹 실장,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 국제포럼 한국 대표, 필로소피아 대표, 한국원자력학회 국제업무 담당자, 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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