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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원전 재고해달라”…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1기생들 청원

이희권 기자 | 2018-11-08 12:00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1회 졸업생이 1963년 옛 서울대 공대 1호관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   김종찬 서울대 명예교수 제공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1회 졸업생이 1963년 옛 서울대 공대 1호관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 김종찬 서울대 명예교수 제공

세계적 원전기술 폐기에 충격
졸업55년만에 모여 우려 표명
“脫원전에 경쟁국 中國만 웃어
우리 후손 100년 먹고살 자산
잠시 멈추고 면밀 검토해주길”


1959년은 대한민국 원자력이 태어난 해다. 1인당 국민소득이 고작 80달러였던 시대에 원자력연구소가 설립됐고 최초의 연구용 원자로인 ‘트리가 마크 2호’ 기공식에는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원자로 건설의 첫 삽을 떴다. 그해 서울대 공대에는 원자력공학과가 신설됐다. 당시 대학교 학부 과정에서 원자력을 다루는 학과는 세계적으로도 드물었다. “석탄 대신 두뇌에서 에너지를 캐내 전기 자립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수많은 청년을 원자력학계로 불러 모았다.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1기는 당대 인기학과이던 화학공학과를 제치고 최고 수준의 입학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후 60년 동안 한국을 세계적인 원전강국으로 올라서게 했던 주역들인 이들 1기 졸업생들이 백발의 노인이 돼 최근 졸업 55년 만에 다시 모였다. 원전 설계에서부터 건설, 시공,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문 인력으로 활동하거나 후대를 키워냈던 이들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에 들어온 뒤 원전강국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급격한 탈원전 정책에 대해 재고를 요청하는 취지의 기고문을 함께 작성했다.

이 중 한 명인 김종찬 명예교수는 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50여 년간 사고 한 번 없이 쌓아 올린 세계적 수준의 원전 기술을 단지 사고가 두렵다는 이유로 우리 손으로 폐기하는 것에 충격을 받아 졸업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명예교수는 “무작정 탈원전 방침을 폐기하고 원자력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고문 작성에는 15명이 동참했다. 1기 입학생 20명 중 세상을 떠났거나 해외에 체류 중이어서 연락이 닿지 않는 5명은 동참하지 못했다. 김 명예교수를 비롯해 김창수 전 LG 사장, 김인섭 카이스트 명예교수, 윤석길 전 울산대 부총장, 이재근 경북대 명예교수, 강창무 전 GE 연구원 등이다.

이들은 “후손의 명운과 조국의 흥망성쇠가 달린 너무나도 중차대한 문제를 너무 서둘러 결정한 것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에너지를 지배하는 국가가 미래의 세계를 제패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탈원전으로 웃는 건 원자력 수출 경쟁국인 중국뿐”이라며 “중국은 이미 막대한 규모의 원자력 사업을 벌이며 우리를 쫓아오는데 한국은 스스로 이 중대한 미래 자산을 고스란히 사장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급격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원자력 학계에 회복 불가능한 붕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면서 “이미 정부가 결정한 탈원전 방침을 당장 철회해달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우리 후손들이 50년, 100년 먹고 살아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니만큼 우선 그 시행을 잠시 2~3년 멈추고 좀 더 면밀히 검토해보셨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졸업생들은 “항공기 사고가 발생한다고 해서 비행기 운항을 중단하지 않는 것처럼 원자력 안전문제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지 폐기의 결정적 이유가 될 수는 없다”며 원전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떨쳐낼 필요성도 주문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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