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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동 경제산업부 차장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팀이 언제 물러날지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여론도 “물러날 때가 됐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 세종 관가(官街)에서는 지난 7∼8월부터 올 연말 경제팀 교체를 기정사실로 하고 후임자 하마평(下馬評)이 무성했다. 세종 관가에서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우 내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올해 12월이나 내년 1월쯤 교체 발표가 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과거 사례를 살펴봐도, 경제부총리가 다음 해 예산안 통과를 위해 국회에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교체나 경질을 발표한 전례는 드물다. 옛 재정경제부에서 기재부로 부처 이름이 바뀐 2008년 2월 이후 6명의 기재부 장관(2013년 3월 이후에는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평균 재임 기간은 약 1년 7개월(18.7개월)이었다. 윤증현 전 장관(2년 4개월) 등 비교적 오래 자리를 지킨 장관과 상대적으로 짧게 재임한 강만수 전 장관(1년)을 제외하면, 대부분 1년 4개월에서 1년 6개월 장관 자리에 머물렀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6월 9일 취임했으니, 올해 12월까지 자리를 지키면 정확히 평균 기간(1년 7개월) 경제부총리직을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올해 12월 교체를 발표해도 후임자 인사청문회 등을 고려하면 일러도 내년 1∼2월은 돼야 자리를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평균 재임 기간을 넘긴다는 뜻이다. 노무현 정부의 두 번째 경제부총리였던 이헌재 전 부총리도 새해 예산안 통과 직후인 2004년 12월 31일 김광림 당시 재경부 차관(현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 전 부총리가 실제로 물러난 것은 이듬해 3월이었다. 물론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우는 다르다. 청와대 참모는 인사 발표가 나는 날 바로 교체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초대 경제팀은 김진표 전 부총리와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다. 당시에도 김 전 부총리와 이 전 실장은 정책을 두고 대립했다. 노무현 정부 출범 1년쯤 후 두 사람은 교체됐지만, 경제가 나아진 건 없었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당시 청와대 386(30대, 1980년대 학번, 1960년대에 출생한 운동권 출신 인사를 지칭하던 말)들과 다투면서 사의 표명만 세 번 했고, 별로 내세울 만한 업적도 없이 물러났다.

여권에서는 벌써 청와대 실세의 대학 동문이라는 사람 등 여러 명을 차기 경제부총리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세종 관가에서는 “두 번째 경제부총리는 초대 경제부총리보다 100배는 더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철학이라는 소득주도성장이 고용, 소득, 분배, 재정, 성장 등 경제의 많은 분야에 엄청난 ‘설거지거리’를 남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의 금리 인상, 미·중 간 무역 전쟁 등 대외 환경도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떠난다. 김동연 부총리를 포함한 현 경제팀은 자리에 있는 동안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보다는, 청와대가 그 어렵다는 두 번째 경제부총리로 과연 누구를 선택할지, 그가 어려운 대내외적 여건에서 경제를 얼마나 정상화(正常化)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haed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