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7만2000명이 들어찬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사회자가 퀸(QUEEN)을 소개하자 짧은 머리에 청바지와 흰 러닝셔츠를 입은 프레디 머큐리가 손을 번쩍 치켜들며 무대에 등장하고, 공연장엔 함성이 울려 퍼진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감독 브라이언 싱어·사진)는 1985년 기아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기 위해 BBC가 기획한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을 살짝 보여준 후 1973년 첫 앨범 ‘퀸’을 내고 활동을 시작한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퀸을 조명한다. 스마일 밴드에서 활동하던 브라이언 메이(귈림 리)와 로저 테일러(벤 하디)는 보컬이 갑작스레 그만두자 프레디 머큐리(래미 맬렉)와 손을 잡고, 존 디콘(조셉 마젤로)을 영입해 퀸을 결성한다. 아프리카 잔지바르에서 태어난 인도계 영국인 파록 버사르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프레디 머큐리로 개명하고, 4옥타브를 넘나드는 환상적인 목소리로 전 세계 록 팬들을 매료시키며 퀸을 이끈다.
영화는 ‘킬러 퀸’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퀸이 미국, 일본 등 해외 공연을 하며 승승장구하는 이야기와 록에 오페라를 접목한 6분짜리 곡 ‘보헤미안 랩소디’의 탄생 과정을 빠른 속도로 펼쳐낸다. 또 프레디 머큐리가 연인 메리 오스틴(루시 보인턴)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닫고 고뇌하는 모습도 비중 있게 보여준다.
그러고는 카메라가 다시 웸블리 스타디움을 비춘다. 114분 동안 퀸의 주옥같은 노래와 그들의 삶에 빠져 몸풀기를 마친 관객들에게 영화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야”라고 속삭인다. 피아노 앞에 앉은 프레디 머큐리가 건반을 가볍게 두드리며 “엄마, 사람을 죽였어요(Mama, just killed a man)”라고 읊조리듯 ‘보헤미안 랩소디’를 부른 후 ‘라디오 가가’와 ‘해머 투 폴’ ‘위 아 더 챔피언스’를 열창한 20분간의 라이브 에이드 실황을 고스란히 재현하며 관객의 심장을 뛰게 한다.
영화에는 퀸의 노래 22곡이 나온다. 퀸이 실제로 부른 원 녹음을 바탕으로, 프레디 머큐리 역의 래미 맬렉이 녹음한 부분과 보이스 액터의 목소리를 섞어 노래가 나오는 모든 장면을 자연스럽게 완성했다. 이 영화의 압권인 라이브 에이드 장면은 비행기 활주로에 무대와 백 스테이지 세트를 설치해 촬영했다. 이 장면에 나오는 보조출연자들은 퀸의 팬들로, 당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가발을 쓰고, 수염을 기르는 등 열의를 보였다고 한다. 지금도 밴드 활동을 하는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제작에 참여해 사실감을 살렸다. 영화에 수록된 퀸의 노래를 담은 OST 앨범도 발매됐다. 3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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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 글·사진 김린아 기자 linaya@munhwa.com“6년간 시험관 시술을 10번이나 했는데 번번이 임신에 실패했어요. 전국의 ‘용하다’는 병원과 한의원은 다 돌고 있어요. 오전 4시에 도착했는데 이미 30팀이나 대기하고 있더라고요.”토요일이던 지난 20일 오전 7시쯤 경북 경주시 한 한의원 앞은 캠핑장을 방불케 했다. 난임으로 힘들어하던 연예인 부부들이 이곳에서 한약을 지어 먹고 임신에 성공했다는 일화가 방송을 타면서 텐트를 치고 밤새 진료를 기다리는 난임 부부들이 ‘노숙런’을 벌이면서다. 이곳에서 만난 심모(46) 씨는 “‘삼신 할배’로 불리는 이곳 4대 원장이 맥을 잘 짚는다고 해서 부산 시댁에서 금요일 하루 숙박하고, 오전 3시에 출발했다”면서도 150m 길이로 한 줄로 늘어선 30여 개의 텐트와 80여 명의 환자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저출생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풍경 같다. 이렇게 간절하신 분들이 많은지 몰랐다”고 말했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난임 시술 건수는 20만1412건으로 2018년에 비해 47.6% 늘었다. 부부 7쌍 중 1쌍이 난임 부부라는 조사도 있다. 2022년 난임 진단자는 23만8952명에 달한다. 난임 부부가 늘면서 난임 치료에 유명한 병원을 찾아 ‘원정 순례’를 가는 환자들이 생기는 이유다. 이곳에서 만난 부부들은 모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오전 9시 30분 진료가 시작되자 ‘대기 1번’으로 한의원으로 들어선 이모(33) 씨는 “지난 2년간 인공수정을 4번이나 했는데 화가 날 정도로 매번 실패했다”며 주변의 추천을 받고 반신반의하며 캠핑 도구를 싸 들고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이 씨는 “아직 젊은 나이라 금방 아이가 생길 줄 알았는데 매번 실패하니 조급해지고 간절해졌다”며 “이런 정성이 하늘에 닿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대기 4번’을 받은 곽모(34) 씨는 “난임 시술비 지원을 받아도 시험관 시술 한 번에 100만 원씩 나가 부담이 크다”면서도 “양의학이든 한의학이든,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한의원 백진호(5대) 원장은 “초혼 연령이 높아진 탓에 과거에는 20∼30대 환자들이 주였다면 이제는 30∼40대 환자들을 많이 본다”며 인기 비결로 “130년간 운영하면서 쌓인 환자 데이터와 질 좋은 한약재”를 꼽았다. ‘실패담’을 듣고도 절박한 마음에 이곳을 찾았다는 부부들도 있었다. 전날 오후 4시부터 줄을 섰다는 임모(43) 씨는 “주변인 중 3명은 이곳에서 약을 먹고도 임신에 실패했지만, 일단은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왔다”고 말했다. 최영민 서울대 산부인과 명예교수는 “난임 치료 성공률 등 객관적 데이터가 주어진다면 환자의 선택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자들은 양의학이든 한의학이든 100%의 성공률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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