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이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감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던 것 같다”고 밝혔다. 심재철 의원이 지난달 말 폭로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의혹에 대한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감사원장의 부실 감사 시인(是認)은 이례적이다. 또, 당시 청와대가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중요한 반박 근거로 삼았다는 점에서 청와대 해명의 진실성은 물론 감사원의 독립성이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최 감사원장은 “(지난 6월 발표된 청와대 기관 운영) 감사 당시 업무추진비 내역을 전수조사하지는 못하고 일부 의심되는 사용에 대해 소명을 요구했다”고 밝혔지만, ‘소명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선 “현장에서 처리한 걸로 안다”고 했다. 심 의원의 폭로 내용 중에는 법정 공휴일, 토·일요일, 심야 시간대 등 업무추진비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에 사용된 내역도 있다. ‘이런 부분이 감사보고서에 거론된 게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서도 최 감사원장은 “없는 걸로 안다”고 대답했다. 감사관들이 청와대 측의 구두 설명을 듣고 집요하게 추궁하지도, 근거 서류를 제출받지도, 문제점들을 기록으로 남기지도 않은 채 넘어갔다는 의미 아닌가.

이 정도면 ‘봐주기 감사’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정권이 바뀌면 감사 결과도 바뀌는 일이 반복되면서 정치적 독립성을 의심받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더 심각해졌다. 김종호 사무총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국장 신분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발탁됐으며, 차장을 건너뛰어 총장으로 영전해 복귀했다. 현재 청와대에 파견된 감사원 직원만 9명이라고 한다. 우선, 청와대 업무추진비에 대한 전면적 재규명이 시급하다. 나아가 청와대와 감사원의 유착 우려까지 야기하는 인사들에 대한 정리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