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兆 매출 올리고도 200억 세금
매출 비슷한 네이버는 4000억
업계 “불평등한 조건 개선을”

10일 국감장 나온 존리 대표
매출·수입규모 ‘모르쇠’ 일관
국회, 29일 또 불러 추궁방침

구글코리아의 ‘찔끔 세금’ 행태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가 또 한 번 국회에 불려 나온다. 지난 10일 국회에 나와 가장 기본적인 기업 정보인 매출 규모조차 밝히지 않으며 ‘모르쇠’로 일관한 데 따른 국회의 후속조치다. 현재 구글과 비슷한 매출 규모인 네이버가 구글보다 20배나 많은 세금을 내는 사실이 알려져 국회와 정부는 이 같은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구글을 겨냥한 ‘디지털 세’ 도입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문화일보 9일 19일 자 18면 참조)

23일 국회 및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존리 대표를 지난 10일에 이어 29일 열리는 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과방위 의원들은 이날 △매출·수익 규모 △국내 캐시서버 규모 △망사용료 납부 여부 등을 또 한 번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지난 10일에도 같은 사안을 질의했지만, 존리 대표는 “의사결정 요소가 아니다” “현지 조세법과 국제 조세 문제를 잘 준수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존리 대표가 한차례 국회에 나왔다는 이유를 대며 29일에는 국감장에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구글은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과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 대해 정확하고 성실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구글의 조세 회피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구글은 애플리케이션 마켓인 구글 플레이를 통해 국내에서 2016년 기준 4조465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구글은 앱마켓 매출액의 30%를 예외 없이 떼간다. 이 금액만 1조3400억 원에 이른다. 구글은 또 자회사인 유튜브를 통해 국내에서 4000억 원 이상의 광고 매출액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5조 원가량을 번 구글은 2016년에 200억 원 정도의 세금만을 냈다. 반면 국내 기업 네이버는 지난해 4조6784억 원을 벌고, 법인세로 4231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불평등 환경에서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구글과 맞서 싸우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유럽연합(EU) 등의 사례를 참고하며 ‘디지털 세’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구글에 대한 합동 조사를 추진 중이다. 여야 의원들도 토론회 등을 개최하며 디지털 세 도입을 위한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