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 최대 수준 대책에도
韓銀 올 취업자 증가폭 전망은
30만→18만→9만명 갈수록 뚝

靑, 연말까지 短期일자리 요청
김동연 “과거정부도 사례 있다”

“국민세금 길바닥에 버리는 셈”
고용상황 포장‘꼼수대책’비판

‘2017년 5월(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회, 2018년 3회(조만간 1회 추가 예정)!’

기획재정부가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두관(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불과 7개월 동안 주요 일자리 대책을 4번이나 내놨다. 올해도 3번의 일자리 대책을 이미 발표했고, 오는 24일 네 번째 일자리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2010년 이후 한 해에 일자리 대책을 4번 내놓은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에 이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과 올해가 유일하다. 24일 발표하는 일자리 대책 외에 일자리 대책을 추가로 내놓으면 올해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가장 많은 일자리 대책(5번)을 발표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와 올해 일자리 대책은 역대 정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많았지만, 고용은 ‘대참사(大慘事)’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취업자 증가 폭 전망치를 30만 명(올해 1월 18일)→18만 명(〃 7월 12일)→9만 명(〃 10월 18일)으로 낮췄다. 올해 1∼9월 월평균 취업자 증가 폭이 10만400명이라는 사실을 고려해 역산하면, 한은은 올해 10∼12월 월평균 취업자 증가 폭을 5만8700명으로 잡고 있다. 그러나 경제계에서는 “이 숫자(5만8700명)도 달성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재부 공공정책국은 최근 ‘BH(청와대) 요청’이라면서 360개 공공기관에 3개월쯤 남은 올해 말까지 만들 수 있는 단기(短期) 일자리 수를 보고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짧으면 2∼3주, 길면 2∼3개월짜리 단기 일자리를 만들어 오는 10∼12월 고용 상황이 나쁘지 않은 것처럼 포장해보겠다는 뜻이다. 좋은 말로 하면 ‘꼼수 대책’, 나쁜 말로 하면 ‘일자리 분식(粉飾)’이나 ‘통계 왜곡(歪曲)’이라고 부를 만한 행태다.

특히 올해 2분기까지 공공기관 정원 증가율이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상황에서 단기 일자리를 또 만들라고 공공기관을 압박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문화일보 2018년 10월 18일 자 4면 참조) 세종 관가에서는 “이런 종류의 단기 일자리 대책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정당성을 획득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8일 국감에서 기재부 공공정책국이 쓴 ‘단기 일자리’라는 말은 듣기 싫었는지 ‘맞춤형 일자리’라고 주장하면서 “1998년 이후 과거 정부에서도 단기 일자리 대책을 만든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경제연구소 고위 관계자는 “이런 식의 대책은 사실상 국민의 세금을 길바닥에 버리는 것이나 진배없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