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를 바라보는 두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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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정부가 유류세를 다음 달부터 10%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유류세 인하 기간은 일단 6개월 정도로 계획하고 있지만, 향후 기름값이 계속 오르면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고, 반대로 중간에 기름값이 내려도 최소 6개월 정도는 유지하려고 계획 중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낸 이유는, 무엇보다도 기름값 부담을 줄여서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줄이고, 물가 안정에도 도움을 주고, 나아가 민간 소비와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작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휘발유의 경우에는 최근 한 달 간 50원 정도 오를 만큼 유가 상승이 거침없는 상황에서, 유류세를 10% 내린다고 해서 서민들의 지갑 사정이 달라지는 것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지난 2008년에도 유류세를 내렸지만, 국제 유가 상승이 훨씬 빨라지면서 기름값은 불과 한 달 정도 만에 유류세 인하 이전 가격으로 돌아갔다.

유류세 인하가 화물차 등 차량 운행이 많은 자영업자들이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가계들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가계 사정이 어려워 자동차를 운행하기도 쉽지 않은 계층에서는 유류세 인하 효과를 피부로 느끼는 게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데도 유류세 인하가 반가운 소식처럼 들리는 것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처음으로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렵고 소비가 침체될수록 정부는 세금을 낮춰야 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20년 전 금융위기 당시 소득세 최고율을 35%에서 20%로 낮춘 이후 아직도 똑같은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세금정책은 경제 및 시장 상황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이번 달에 펴낸 ‘월간 재정동향’ 10월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세 수입은 213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조7000억 원을 더 걷었다. 개인들이 내는 소득세는 1년 전보다 7조7000억 원이, 법인세는 9조3000억 원이 늘어났다. 그뿐만 아니라, 세수(稅收) 진도율 역시 1년 전보다 4.0%포인트 올라 무려 79.5%까지 증가했다. 특히, 세목별로 보면 소득세는 진도율이 81.5%를 기록했고, 법인세는 진도율이 무려 87.2%를 기록했다. 향후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각종 세금정책은 더욱 걱정스럽다. 부동산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는 정책과 법인세를 인상하는 정책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금리 인상이다. 이번 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기준 가계부채는 1493조 원이다. 여기에다 전세보증금 같은 개인 간 부채까지 포함시키면 가계부채 총량이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2343조 원에 이른다는 추산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금리 인상 때문에 서민들이 부담하는 실질적인 금리는 이미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서민 경제는 계속해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자영업자들은 문을 닫고 있다. 대기업은 과감한 투자를 못 하고 있으며, 중소기업들은 추가적인 고용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식당 및 소매점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의 사업장에서는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많이 인상돼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으며, 기록적인 실업률 때문에 취업 준비생들은 생존을 위해서 아우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에는 세수 호황으로 돈이 쌓이고 있다. 가계부채·세금·경제난을 겪고 있는 일반 국민이 ‘유류세 10% 인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스럽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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