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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2008년 3월 3일 이명박 정부의 첫 국무회의 안건으로 유류세 인하안이 올라왔다. 탄력세율을 10% 낮춰 휘발유 ℓ당 82원 내리는 조치는 그해 말까지 이어졌다. 2008년에는 새해 벽두부터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했고, 7월엔 140달러대까지 치솟았다. 그 전해부터 유류세 인하 요구가 빗발쳤으나 노무현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다 정권이 바뀌자 보란 듯이 국민에게 선심을 쓴 것이다.

3년이 지난 2011년 이 전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이 나왔다. 국제유가가 140달러일 때 ℓ당 2000원 정도였는데, 80∼90달러인 지금도 1800∼1900원인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공정거래위원장을 필두로 경제장관들이 일제히 정유사·주유소 목조르기에 나섰다. 당시 휘발유값 가격구조에서 유통 비용·마진이 점하는 비중은 6%에 불과했다. 50%가 넘는 세금은 놔둔 채 기업 장부를 뒤져본들 성과가 나올 리 없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의 우악스러운 시장 개입에 정유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3개월 100원 인하’ 세일에 나서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3년 새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한 이명박 정부의 기름값 대처법이다.

유류세는 정액제다. 휘발유 1ℓ엔 교통에너지환경세 529원, 주행세 138원, 교육세 79원을 합쳐 746원의 유류세가 고정이다. 별도로 부가가치세 10%가 붙는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든, 급락하든 유류세는 똑같다. 시판 가격 등락에 따라 세금 비중만 2010년 이후 47∼67%로 오르내렸고, 지난달 평균 소비자가격 1638원 중에는 유류세+부가세가 895원으로 54.6%다.

자동차 운행이 늘면서 2011년 17조 원대였던 유류세는 지난해 26조 원 규모로 급증했다. 징수 4위 세목(稅目)이다. 유가와 무관하게 꼬박꼬박 국고를 채워주니 효자가 따로 없다. 예산·세제를 맡는 기획재정부가 역대 정부에서 ‘에너지 과소비’ 등 갖은 이유를 들어 유류세 인하를 반대해왔지만, 속내는 딴 데 있었을 것이다. 정부가 전기차 확대에 미온적인 것이 유류세 감소를 걱정해서라는 얘기도 나오는 판이다.

그러던 기재부가 자진해서 유류세를 깎아준다니 놀랍다. 그러나 과도한 세금 비중을 줄이는 대신 또 한시적 찔끔 인하다. 얼마 전 전기료 깎아줄 때처럼 구조적 문제 해결엔 관심이 없다. 기름값 대책은 10년 넘게 공회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