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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수 해양수산부 차관

선장, 기관사, 항해사, 어로장, 갑판장, 마도로스…. 이름은 달라도 모두 선원(船員)을 일컫는 말이다. 자격증 유무에 따라 해기사와 부원으로 구분되고, 승선 경력에 따라 해기사의 등급이 달라지긴 하지만, 모든 선원은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역군이자 든든한 버팀목이다.

파독(派獨) 광부나 간호사들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1967년부터 1977년까지 해외 취업 선원들이 벌어들인 외화는 3억2000만 달러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기간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3배가 넘는 금액이다. 그런데 이처럼 선원들이 우리 경제 성장에 얼마나 크게 기여했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선원의 역할은 더없이 중요하다. 비단 1960∼1970년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수출입 물량의 99%를 상선으로 운송하고 있다. 우리가 즐겨 먹는 수산물인 참치, 명태도 원양어선이 잡아서 우리 식탁에 올라온다. 이러한 상선과 어선을 운항하는 주체가 바로 선원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 선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어 무척 안타깝다. 가족과 오랫동안 떨어져 선박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일해야 하는 열악한 근로 환경에다,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 경제적 보상 탓에 신규 인력 유입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적(國籍)을 가진 선원이 감소하면서, 인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외국인 선원의 고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국적 선원이 부족해지는 것은 선진국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본에서도 항만에서 선박 운항을 지휘하는 도선사마저 외국인에게 개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1990년대 이후 자국 선원 인력의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해운·수산과 같은 전통 산업뿐만 아니라, 크루즈·마리나 등 신산업에 필요한 인력 확보에도 비상이 걸린 일본의 모습을 보면서, 해양 강국을 지향하는 우리는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수한 선원이야말로 해양강국 건설에 반드시 필요한 인적 토대다. 이에 정부는 우리 해양수산업의 근간인 선원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이들이 선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선원 교육기관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용 실습선을 확충하고, 선사(船社) 수요에 맞춘 교육 과정을 신설할 계획이다. 35개국과는 해기면허(海技免許) 상호인정협정을 체결해 우리나라 선원들의 해외 취업을 돕고 있다.

아울러 해사고와 해양대 등 정규 교육기관을 거치지 않더라도 해기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기 위해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 오션폴리텍 과정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5개월에서 9개월에 걸친 교육을 이수하고, 선사의 실습시간을 충족하면 해기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또한, 정부에서는 선원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위상을 높이기 위한 홍보 사업에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선원의 날’(6월 25일) 등을 계기로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장기 승선 선원에게 정부 포상을 시행함으로써 자긍심을 높이고 있다.

오늘 순직 선원 9000여 분의 위패를 모신 부산 태종대에서는 ‘제40회 순직선원 합동위령제’가 열렸다. 거친 파도와 싸우며 해양수산업 발전을 이끌어온 선원들의 희생과 노고를 기리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 해양강국의 길을 열어갈 우수한 선원들이 계속해서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국민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