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작 기준 정하는셈
힘으로 제압,그것이 곧 독재”

최근 정부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17일 진보 진영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전날 ‘허위조작정보’ 유포자에 대한 엄정 대처를 검찰에 지시했다고 법무부가 밝힌 뒤 나온 반응이다. 특히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의견을 가짜뉴스로 규정했던 사례가 그간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정부의 과도한 조치를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법무부 장관의 방침이 나온 이후 성명서를 통해 “법무부 대책은 철회돼야 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경실련은 “법무부 대책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까지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가가 이를 획일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한다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박 법무부 장관은 검찰에 “엄정한 수사체계를 구축해 배후에 숨은 제작 유포 주도자들까지 추적, 규명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법무부의 방침에 반대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청원인은 이날 오전 “자신들의 구린 구석은 그대로 두고 힘으로 제압하려고 하면 그것이 곧 독재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과거 보수 정권에서 나타났던 “광우병 괴담, 천안함 괴담, 세월호 괴담도 추적해 처벌할 것인가”라며 법무부의 방침을 비판했다.

정부의 가짜뉴스 전쟁에 대한 여권 내 시각도 곱지 않다. 지난 10일 국무조정실·총리비서실 국정감사에서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듣기에 불편한 정도에 따라 허위조작정보가 판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 역시 “유신정권 시절 ‘유언비어를 때려잡자’는 구호부터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정부가 ‘유언비어 단속’을 자행하는 것을 지켜봤다”며 “허위조작의 정의를 정부가 정하는 것이 (그때와)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