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는 국민 상식 맞서는 일”
이달중 비리 유치원 실명 공개
회계시스템 구축 투명성 제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5일 전국 사립유치원 1878곳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돼 논란이 증폭되는 데 대해 “(사립유치원의) 부패·비리, 불공정은 국민의 상식에 맞서는 일로 무관용의 원칙으로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오전 이번 사태와 관련해 내부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은 방침을 확정했다고 교육부 관계자가 전했다. 교육부는 10월 중 각 시·도 교육청이 시행한 비리 유치원 감사 결과 실명을 공개하고, 회계 투명성과 유치원 설립자, 내부 인사 시스템 개선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신속히 발표하기로 했다.

교육당국이 그동안 숱한 잡음을 야기했던 사립유치원 비리에 대해 무관용 원칙 적용 및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사립유치원에는 연간 2조 원 이상의 국고가 지원되고 있다.

교육부는 16일 유치원 1차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각 시·도 교육청 감사관 회의를 박춘란 차관 주재로 열어 감사 결과 실명 공개 방안을 협의하고 추후 관리·감독 강화를 주문하기로 했다. 18일에는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소집해 종합대책을 논의한다. 현재 사립유치원 4200개와 4500개 국공립 유치원에 대한 1차 지도·감독과 감사결과 공개 권한은 교육감이 갖고 있다.

교육부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비리 차단과 엄벌,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요청이 빗발치고 있는 데다 유아교육에 대한 불안감이 비등한 점을 고려해 비리 유치원 실명을 공개할 방침이다. 설세훈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학부모의 알권리 차원에서 모든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립유치원 재정 투명성을 위해 유치원 예산·결산 관리와 수입·지출 관리 등의 회계시스템인 ‘유아교육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지난해 감사원의 부당회계 운영 실태 감사를 계기로 추진했다가 올해 2월 유치원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의혹에 대해 교육부는 “검토 과정에서 공공개발 소프트웨어 개발이 민간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 예상치 못한 문제점에 봉착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급식 운영, 예·결산 정보공시, 시설공사 업무처리, 인건비 지출 등의 측면에서 진행된 비리를 차단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권지영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장은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으로 할지, 별도의 국가관리시스템을 개발할지 연내 정책연구를 추진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유치원 설립자 등 인사 부문도 시·도교육청 협의를 거쳐 가능한 한 빨리 대책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지방교육청의 한 유아교육과장은 “사립유치원들이 원아모집에만 혈안이 돼 있고 교육부, 교육청 차원의 정책은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며 “감사 외에도 ‘원장 정년제’ 등 추가 제한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민종·김기윤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