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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록 노원구청장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우리 주변 5명 중 2명꼴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이렇듯 반려동물은 ‘또 하나의 가족’이 됐지만 한쪽에서는 유기 행위가 꾸준히 늘어나고 기본적인 ‘펫티켓’(펫+에티켓)조차 지켜지지 않아 반려동물의 존재가 이웃 간 갈등을 초래하는 일도 빈번하다.

반려동물 유기 문제는 특히 심각한 수준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 해 약 9만 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지고 있다. 유기는 명절과 휴가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유기동물 통계 사이트 ‘포인핸드’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인 지난 2월 셋째 주 집계된 유기동물은 1202마리에 달했다. 이 중 18%가 안락사, 22%는 질병 등으로 자연사했다. 가족으로부터 버려진 동물의 약 40%가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처리하기 위한 정부 예산도 100억 원 이상이 소요되고 있다.

노원구는 올해 추석 연휴 기간 구청 대강당을 활용해 ‘반려견 돌봄 서비스’를 실시했다. 애견 카페나 애견 호텔에 맡기는 비용이 비싸고 예약이 일찌감치 끝나 반려견을 맡기고 싶어도 맡길 곳이 없는 주민들을 위해서였다. 돌봄 대상은 20마리로 유기견 입양 경험이 있는 가구를 우선적으로 배려했다.

구청이 직접 선보인 반려견 서비스에 대한 반응은 좋았다. 서비스 품질에 대한 우려가 없도록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만반의 준비를 했다. 전문 펫시터가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하루 2인 1조 근무하면서 반려견들을 돌보고 배변 패드를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등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밤 9시 이후 반려견들을 호텔장 안으로 들여보내 쉬도록 하고 강당에 설치된 CCTV를 통해 당직실에서 상황을 살폈다. 그렇게 추석 연휴가 끝나고 반려견들은 건강하게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갔다.

이처럼 명절 기간만이라도 지자체가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유기동물을 방지하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서울 25개 구에서 20∼30마리 정도만 맡아 돌봐도 최대 750마리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그만큼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노원구는 체계적인 동물 복지사업을 펼치기 위해 보건소 내에 동물보호팀을 신설했다.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동물복지위원회도 발족했다. 앞으로 들개 실태조사,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유기동물 입양 주선과 펫티켓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반려동물은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정부나 지자체 주도의 반려동물 지원정책도 절실하다. 동물 유기의 가장 큰 원인은 질병 치료 포기와 반려동물 관련 편의시설 부족이다. 정부 정책도 반려동물 산업 육성이 아닌 동물 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