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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도 안받고… 건강기능식품 과대광고

윤명진 기자 | 2018-10-11 10:47

- 우울증 개선하는 유산균? 발기부전 치료하는 홍삼?

‘효과 탁월 연구결과’문구 삽입
오해 부를 콘텐츠 온라인 활개
당국 잇단 단속에도 우후죽순

“오메가3 먹었다가 피부 발진”
“좋다는 영양제 먹고 토했어요”
부작용 호소도 꾸준히 증가세


건강기능식품 인기가 높아지면서 관련 제품 광고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포함돼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특히 인터넷 블로그, SNS 등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상당수 콘텐츠가 허위·과대광고에 대한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아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에 대해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피해를 낳고 있다.

충북 청주시에 사는 이모(여·39) 씨는 유산균을 구매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제품별 후기를 검색하던 중 프로바이오틱스 성분이 우울증에 도움이 된다는 블로그 글을 다수 접했다. 우울증·불안증 등 신경질환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특정 유산균 제품을 광고하는 내용이었다. 다른 블로그에는 ‘알레르기성 비염·천식 완화에 효과가 있다’ ‘비만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등의 내용도 함께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한 프로바이오틱스 기능성은 ‘유산균 증식 및 유해균 억제·배변활동 원활에 도움을 줄 수 있음’뿐이다. 이 씨는 “연구 결과 등을 내걸며 효과가 탁월하다는 문구들을 보고 당연히 효과가 입증된 줄 알았다”며 “이용 후기를 찾아보기 위해 블로그나 SNS를 자주 검색하는데 건강기능식품의 효능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관련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2374억 원에 달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도 11.2%로 나타나 큰 폭으로 소비가 늘고 있다.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건강기능식품 광고가 늘어나면서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의 광고 심의 건수 역시 증가하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서 올해 발간한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표시·광고 사례집’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광고 심의 건수는 2008년 1707건에서 2017년 6150건까지 늘었다. 그중 부적합 판정을 받은 비율은 4.5%(1083건)였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인쇄·방송·인터넷 매체 광고는 사전 심의를 통해 허위·과대광고를 방지하고 있다.

특히 블로거들의 광고성 후기, 정보 전달식 게시글과 같은 온라인 콘텐츠들로 소비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콘텐츠들은 전형적인 광고 형식과 달라 사전 심의로 허위·과대광고를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정 제품의 효능을 검색하면 10만 건에 가까운 블로그 글이 검색되기도 해 각각의 광고를 일일이 분류해 집계하는 일도 쉽지 않다. 실제로 사전 허가를 받지 않고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들을 보면 식약처에서 허가하지 않은 기능성을 광고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중 가장 많이 팔리는 홍삼을 검색한 결과, 특정 제품을 홍보하는 글에 ‘홍삼이 항암에 탁월하다’ ‘홍삼이 발기부전치료제로 입증됐다’ ‘간 보호 효능이 있다’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러한 문구들은 식약처에서 허가한 홍삼의 기능에 포함되지 않는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식약처로부터 기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건강 개선 효과가 전혀 없다고 볼 수 없지만, 허위·과대광고는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건강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을 주기도 한다”며 “소비자들이 광고에 속지 않도록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할 때는 잘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고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부작용에 대한 정보 전달이나 설명이 부족해 건강을 챙기려다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일을 당한다. 식약처의 ‘건강기능식품 이상 사례 신고 현황’에 따르면 전체 신고 건수는 2015년 502건, 2016년 696건, 2017년 874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5월까지 399건이 신고됐다. 신고가 많은 품목은 △영양보충제품 712건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 제품 424건 △오메가3의 주원료인 DHA/EPA함유유지제품 216건 순이었다. 신고자 중 병원 치료까지 받은 사람은 지난 4년간 549명에 달했다. 실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눈에 좋다고 해서 오메가3를 샀는데 피부에 알레르기 반응처럼 나타나네요’ ‘25개월 된 아이에게 유산균을 먹였는데 피부 발진이 올라와요’ ‘영양제 먹고 신랑이랑 구토했네요’ 등 피해를 호소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변화하는 광고 환경에 맞게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소비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정헌 차의과대학 의료홍보미디어학과 교수는 “현재 건강기능식품 광고를 심의하는 기준과 방법만으로 모든 온라인 콘텐츠를 관리·감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빅데이터를 이용해 온라인상의 허위·과대광고의 표본을 확보한 뒤 기계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교수는 “광고, 홍보물, 후기 등이 섞인 콘텐츠가 계속 증가한다고 볼 때 소비자들이 허위·과장 콘텐츠와 정보를 판단할 수 있어야만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민들이 식품영양 등과 관련된 판단 능력을 향상시켜 건강기능식품을 구별해 낼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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