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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는 마성의 드라마다.”

드라맥스, MBN 동시 편성 드라마 ‘마성의 기쁨’ (극본 최지연 / 연출 김가람 / 공동제작 IHQ, 골든썸)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다. 무슨 의미일까? 드라마 편성이 시청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드라맥스와 MBN에서 오후 11시에 방송된다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 드라마를 아직 보지 않았을 수는 있어도, 일단 한 번 보면 그 매력에 빠져 또 다시 찾아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마성의 기쁨’이라는 제목을 빌리자면 그야말로 마성의 드라마다.

이는 수치로 증명된다. 6회까지 방송된 ‘마성의 기쁨’의 최고 시청률은 1.8%(닐슨코리아 기준). 드라맥스(약 0.3%)와 같은 시간대 방송돼 시청자가 분산되는 것을 고려했을 때, 시청률 합은 약 2.1% 정도다. 비슷한 시간대 방송되는 지상파 드라마가 3% 안팎인 것을 고려했을 때 결코 낮다고 할 수만은 없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마성의 기쁨’을 본 이들의 반응이다. ‘가을을 여는 멜로’를 표방한 이 드라마는 빠른 확산 속도를 보이며 시청자들을 ‘마성앓이’에 빠뜨리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TV 기준으로 하이라이트 영상 누적 조회수가 6회 만에 385만 건이 넘었다. 같은 날 방송을 시작한 KBS 2TV ‘오늘의 탐정’의 3배가 넘는 수치다. 구독자 수도 1만4000명을 돌파했다. 매회 공개되는 예고편 조회수는 10만 건을 훌쩍 넘긴다. 네이버TV에 정식 콘텐츠로 업데이트된 시점도 방송 시작 이후였던 것을 고려할 때 그 영향력을 짐작해볼 수 있다.

시청자들은 스스로 ‘서포터즈’를 자청한다. “‘마성의 기쁨’을 알리자”며 네이버 톡방에서 서로를 독려하며 매회 방송이 시작되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찍는다. 시청자들이 시청자들을 불러모으는 모양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콘텐츠를 냉정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이 드라마는 완벽한 외모와 배경을 가진 재벌 남성과 한물 간 여배우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남성은 다음날이 되면 전 날의 기억이 사라지는 일명 ‘신데렐라 증후군’을 앓고 있다. 전형적인 ‘판타지 로코’다. 신인 작가의 한계가 분명하게 느껴지는 설정이었다. 내용의 흐름 역시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 어디선가 본 듯한 구성과 대사로 ‘유치하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어느새 팬이 돼 버렸다”는 호평이 줄을 잇고 있다. 그 배경에는 최진혁, 송하윤 두 주연배우의 탄탄한 연기력이 있었다. 두 배우의 캐릭터 표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유치’와 ‘달달함’은 한 끗 차이다. 로코의 경우,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며 여지없이 채널이 돌아간다. 하지만 최진혁과 송하윤은 미세한 감정표현까지 잡아내며 평면적인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다듬었다. 이런 반응은 해외에서 먼저 왔다. 일본, 대만을 비롯해 미주, 유럽 등 20여개국에 수출됐고 최진혁은 이미 일본, 대만 팬미팅 제안을 받아 일정을 조율 중이다. 그는 ‘구가의 서’의 구월령을 넘었고, ‘쌈, 마이웨이’로 가능성을 보여줬던 송하윤은 단독 여주인공으로도 부족함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여기에 세련된 연출이 한 몫한다. 장면 전환이 빠르고 각 장면마다 씬(scene) 수를 많이 넣어 지루함을 날렸다. 교차 편집도 적절히 사용해 캐릭터 간 대립구도를 강화하고 클로즈업과 줌아웃을 사용하는 솜씨도 수준급이다. ‘뱀파이어 탐정’이라는 장르물을 찍었던 연출자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김가람 감독의 로코 연출은 세심하고 디테일에 강하다. 적재적소에 배치되는 효과음이나 공마성을 떠올리며 방 안에서 마치 붕붕뜨는 듯한 주기쁨의 마음을 표현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감정이 최고조에 다다를 때 쉼표를 찍는 엔딩 구성 역시 시청자들이 다음 회를 학수고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제작사 골든썸 측은 “9월 방송이었지만 6월부터 일찌감치 촬영을 시작해 온에어 시점에는 이미 90% 가량 촬영을 마친 상태였다. 그래서 후반 작업에 더 공을 들여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며 “기대 이상의 호평이 나오고 있어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