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21일 서울·수도권 주택공급대책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9번째이자, 한 달이 안 돼 3번째 나온 집값 대책이다. 9·13 부동산 대책이 세금·대출·청약 규제로 수요를 억누른 강공이었다면, 9·21 공급대책은 시장 기능에 기댄 보완책이다. “공급부족론은 틀렸다”던 그간의 오진(誤診)에서 다소 벗어난 것은 다행이나, 이날 처방은 양과 질에서 모두 시장의 기대를 크게 저버렸다.

전방위 수단을 동원한 9·13대책 후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0.26%로, 직전 주 0.45%에서 급등세가 일단 꺾였다. 그러나 지난해 8·2대책 직후 바로 내림세로 돌아선 것에 비하면 시장이 여전히 버티는 형국이다. 이런 시점에서 확실한 공급 신호가 나오지 않으면 ‘미친 집값’이 언제고 재현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확정한 수도권 공급물량은 공공택지 17곳, 3만5000호에 불과하다. 9·13 당시 수도권 30만 호 공급을 공언했지만, 관계기관 협의 절차를 이유로 대거 뒤로 미뤄놓았다. 그나마 서울 내에는 11곳, 1만 호뿐이고, 향후 추가로 서울에 확보하겠다는 대규모 택지는 아예 없다. 앞으로 찔끔찔끔 추가 발표가 나온들 이미 시장 기대 수준에서 멀어진 공급대책이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워졌다.

서울 집값이 오른 원인도, 해법도 정부만 빼곤 다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통·교육·문화 인프라를 갖춘 거주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고, 도심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지속 공급이 가장 쉽고 확실한 길이다. 서울 상업지역의 주거비율과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높이겠다지만, 양질의 주택을 향한 대규모 수요를 충족하긴 어렵다. 서울 안에는 지은 지 30∼40년 된 노후 아파트가 쌓여간다. 지금 정부가 재건축을 막는다 해도 다시 지을 시한이 다가온다는 건 수요자들이 잘 안다. 자투리 땅이나 서울 외곽에 집을 짓는 식의 어정쩡한 방안은 시장 내성만 키운다. 가려운 곳은 둔 채 엉뚱한 부위만 건드리는 요령부득의 주택정책은 이제 끝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