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양지축구단 창단 멤버 서윤찬(왼쪽부터) 전 OB축구협회 부회장, 윤기로 나가사키대 명예교수, 김정남 전 OB축구협회장, 김기복 한국실업축구연맹 회장이 20일 출판 기념회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 윤기로·김정남·김기복·서윤찬… 반가운 얼굴들

北 월드컵 8강 진출 자극 받아
1967년 중앙정보부 주도 창설
105일 해외전훈 당시 큰 화제

양지축구단 창단 멤버들이 49년 만에 재회했다.

20일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축구수집가 이재형 베스트일레븐 이사의 ‘축구수집가의 비밀창고’라는 제목의 책 출판 기념회에 양지팀 창단 멤버 4명이 모였다. 창설 당시 중앙정보부 소속으로 부단장을 맡았던 윤기로(83) 나가사키(長崎)대 명예교수와 선수였던 김정남(75) 전 OB 축구협회장, 김기복(74) 한국실업축구연맹 회장, 서윤찬(77) 전 OB축구협회 부회장 등이 모여 담소를 나눴다. 윤 교수와 양지팀 멤버 3명이 함께 자리한 건 1969년 이후 49년 만이다.

양지팀은 1967년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에 의해 창설됐다. 1966 잉글랜드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북한에 자극받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에게 양지팀의 창단을 지시했다. 양지팀은 해병대팀 소속이었던 김정남, 김호, 이회택, 조정수, 김기복, 김삼락과 육군팀에서 뛰던 이세연, 박이천, 그리고 대위로 공군팀에 몸담았던 허윤정 등 정상급 선수들을 차출해 막강 전력을 꾸렸다.

양지팀은 또 동대문구 이문동 중앙정보부 내 천연잔디 구장에서 훈련했고 1967년 메르데카컵 우승, 1969년 아시안 챔피언 클럽 토너먼트(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전신) 준우승 등 국제대회에서 뚜렷한 활약을 펼쳤다.

양지팀은 1969년 무려 105일간의 해외 원정훈련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세계군인축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양지팀은 곧바로 귀국하지 않고 서독, 오스트리아,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4개국을 돌며 아마추어, 군, 프로팀 등과 10여 차례 평가전을 치렀다. 윤 교수는 “양지팀이 선진 축구를 경험할 수 있도록 박 대통령을 설득해 해외 전지훈련 허락을 받아냈다”며 “가장 비싼 호텔과 항공기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