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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하다 끝나기보다는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배우 조인성이 영화 ‘안시성’(감독 김광식)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왜 하게 됐냐?”고 주변에서 재차 묻는 이유는, 소화하기 쉽지 않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안시성 전투는 ‘삼국사기’ 등에 쓰여 있으나 양만춘의 이름은 조선 중기 야사로 전해지고 있다. 양만춘이라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참고할 자료가 없다는 의미다. 게다가 조인성은 통상 ‘장군’ 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이미지를 가진 배우가 아니다. ‘안시성’은 고구려인 5000명으로 당나라 20만 대군을 막아낸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이자, ‘조인성의 양만춘’을 설득시키는 과정이었다. 그 결과는, 꽤 흡족하다.

“내가 과연 양만춘 장군과 어울릴까 고민했다. 두 번 정도 거절했는데 ‘새롭게 만들고 싶다’는 말이 좋았다. 외화 ‘트로이’에는 젊은 장수들이 나오는데 ‘왜 사극은 젊게 만들지 않는가’에 대한 물음표가 있었던 것 같다. 전쟁 당시 양만춘의 나이가 지금의 나와 비슷했다고 하더라. 사극 목소리는 계속 진지하게 가면 관객들이 너무 답답할 것 같았다. 다른 출연 배우들도 사극톤에 연연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편하게 연기했다.”

어느덧 불혹을 눈앞에 둔 조인성. 데뷔 20주년을 맞은 그는 그동안 ‘스타’와 ‘배우’ 사이를 절묘하게 오가며 최고의 자리를 유지해왔다. 그런 그에게 ‘안시성’은 새로운 도전이자 전환점이 될 법하다. 덥수룩한 수염에 안시성주로서 ‘형님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그를 더 이상 ‘꽃미남’이라는 수식어로만 표현할 순 없다.

“큰 중압감을 느낀 작품이었지만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삼겠다’고 마음먹으면 오히려 그 의도가 다 들킬 것 같았다. 워낙 큰 작품이라 제대로 못하면 (배우로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다행히도 ‘살았다’는 느낌이다.(웃음) 관객들의 평가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지금으로서는 다음 작품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속에서 안시성민을 돌보는 양만춘의 모습은 참 편안하고 살갑다. 위에서 내려다보지 않고 곁에서 온기를 나누는 인물이다. 마치 그동안 재벌 2세 역할을 맡으며 누군가의 이상형이었던 ‘스타 조인성’이 보다 인간 냄새나는 ‘배우 조인성’으로 다가온 느낌이다.

“어느덧 30대 후반인데, 과연 20대 때 내가 바라던 모습이었는지 객관적으로 보기가 어렵다. 아직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나쁘게 살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 40대가 된 내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누군가와 공감할 수 있는 ‘위화감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향후 타이틀 롤을 고집하기보다는 출연 분량이 적어도 상징적인 캐릭터로도 작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

1년 중 가장 경쟁이 치열한 추석 시즌 개봉되는 ‘안시성’, 약 22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기대작을 짊어진 조인성. ‘추석 대전’이라 불리는 전장에 뛰어든 조인성은 ‘안시성’의 명대사를 인용해 출사표를 던졌다. “이길 수 있을 때만 싸우는 건 아니다. 하지만 물러서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