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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사회부 부장

교육부가 2021학년도까지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정원 미달이란 직격탄을 맞을 폐교(閉校)대학이 전국적으로 38개에 달할 것이란 첫 수치 분석(문화일보 8월 13일 자 1·13면 보도)을 내놓았다. 곧 예산 당국, 국회에 폐교 청산에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면서 강원, 충북, 경남, 전·남북 등 대다수의 지방대와 지역 여론에서 ‘패닉’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이는 전면에 부상한 국내 4년제 일반대 197개·전문대 137개의 생존위기와 시계(視界) 제로의 전망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앞서 6월 말부터 나온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 역시 구조조정 연착륙 유도 취지와는 달리 예비 자율개선 탈락 대학의 보직 총장 등 사퇴, 객관성·신뢰성·지역 형평성 훼손 논란 등의 후폭풍을 야기했다. 대학들은 경쟁력 없는 대학이란 주홍글씨가 찍힐까 떨고 있다. 최근 만난 모 대학 고위 관계자는 “어느 날 갑자기 총장 등 보직교수가 중도에 하차하는 게 대학에선 드문 일인데 다들 쉬쉬하고 있어 그렇지, 사퇴한 대학 수뇌부가 알려진 것보다 더 많다”고 했다. 1단계 진단에서 미끄러져 2단계 진단 대상에 포함된 전국 86개 일반대, 전문대를 대상으로 한 ‘살생부(殺生簿)’가 이달 말 나오면 또 한차례 진통이 불가피하다. 정원 감축, 재정지원 제한 등의 조치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대학 구조조정의 산통이 시작된 셈이다.

대학은 고등교육 구조의 특성상 학생, 학부모, 교수·직원(교원), 대학 당국(법인) 등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고 다양하다. 폐교할 경우 재적생은 특별 전입을 시킨다 해도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진로를 찾기가 쉽지 않고 특히 교원은 구제받을 길이 없다. 교원은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에 따라 연금은 받을 수 있지만 임금채권 보장법과 고용보험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그러니 체불임금 정산도, 실업급여도 기대하기 어렵다. 늦은 나이에 학위를 받고 시간강사로 출발해 어렵게 강단에 선 고급인력들은 40대 이후가 태반이다. 고학력자가 즐비한, 과포화 시장에서 재취업은 꿈도 꾸기 힘들다. 한 대학 관계자는 “지방사립대에서는 저(低)연봉의 교수들이 안정된 사립재단의 고교 교사로 하향 안정을 택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의 운명은 취약한 지역경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을 추진해도 퇴출 저지 또는 정상화 전환 등 정치권과 연계한 구명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향후 각종 선거 국면은 이에 불을 붙이고 그럴수록 해법은 미궁에 빠질 것이다. 그렇다 해도 환부가 뚜렷한 곳은 세금으로 연명해서는 안 되니 후유증 없이 정교하게 집도를 유도해야 한다. 고등교육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내년 예산만 해도 올해보다 8조7000억 원, 12.8% 늘린 77조1207억 원을 요구한 교육부가 ‘수동적’으로 움직여서는 곤란하다. 차제에 가칭 ‘대학 구조조정 협의체’를 꾸려 이해당사자가 출구전략을 찾고 어떻게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인지 지혜를 모아 신속하게 대처하는 위기극복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 자연도태를 기다리며 미적대거나, 왜 한 치 앞을 못 본 채 무분별하게 대학을 설립하고 교육을 확충해 이 상황을 초래했느냐고 한탄하기엔, 시간은 더 이상 우리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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