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행정처 심의관 재직당시
직권남용 문건 작성 여부 조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창원지법 박모(사법연수원 32기) 부장판사를 16일 소환했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 심의관이었던 박 부장판사가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과 임종헌 전 차장 등 ‘윗선’의 지시를 받고 직권남용 소지가 있는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시 문건을 작성한 행정처 심의관들을 차례로 조사하고 있는 검찰은 조만간 ‘윗선’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이날 오전 박 부장판사를 상대로 문건 작성 경위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날 오전 9시 45분쯤 서울중앙지검에 모습을 드러낸 박 부장판사는 ‘문건의 작성 경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지시로 작성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하게 진술하겠다. 안에 들어가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대법원장에게 보고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박 부장판사는 2015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으로 근무했다. 그는 이 기간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 대응 방안’ ‘국제인권법연구회 관련 대응 방안’ 등의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문분야 연구회 개선방안’ 문건을 통해 진보적 성향을 가진 법관이 다수 소속된 인권법연구회 내 소모임인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을 소멸시키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다. 박 부장판사는 또 2015년 4월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상고법원 추진사업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문건에서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정부에 협조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양승태 대법원’ 시절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이었던 정태원 변호사와 대변인이던 노영희 변호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오전 9시 30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노 변호사는 “(사법농단 관련) 문건들을 보니 대응방안이라는 것이 매우 유치하고, 법원행정처 수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당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에 반대해온 대한변협을 압박하기 위해 예산 지원 중단 등의 방안을 실행했는지 확인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