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드리블 돌파 여자농구 남북단일팀 주장 임영희(우리은행·가운데)가 15일 오후(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X조 예선 인도네시아와의 1차전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D-2

女농구 주장 ‘정신적 지주’
강한 리더십으로 단일팀 조율
1차전 인도네시아戰 108-40
멀티플레이로 대승 이끌어

18일 개회식때 한반도旗 기수
“조직력 상승… 최선 다하겠다”

늦게 핀 꽃, 그러나 가장 오래 핀다.

여자농구대표팀의 임영희(우리은행)는 전형적인 대기만성형이다. 1999년 신세계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임영희는 2009년 우리은행으로 이적할 때까지 시즌 평균 최다 득점이 7점에 불과했지만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2009∼2010시즌 두 자릿수 득점(11.5점)을 올렸다. 그리고 위성우(47) 감독이 우리은행으로 부임한 2012∼2013시즌부터 임영희의 잠재력은 뒤늦게 폭발했다. 임영희는 그 시즌에 15.4득점, 5.2리바운드를 유지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생애 처음으로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그리고 2017∼2018시즌까지 정규리그 1위,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위 감독은 “임영희는 강한 체력과 근성, 그리고 따스한 인성을 빠짐없이 갖췄다”면서 “특히 고참이면서도 묵묵히 궂은 일을 도맡는 솔선수범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칭찬했다.

1980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39세. 막내 박지현(18·숭의여고)과는 무려 20세 차이. 임영희는 대표팀을 ‘고사’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나이가 많은 건 물론 이미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은메달,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영희는 조국의 부름에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운동선수로서 국가대표란 영예이자 의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게다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은 특별하다. 남북단일팀으로 출전하기 때문. 임영희는 단일팀의 정신적인 지주로 주장완장을 찼다. 단일팀은 남측 9명, 북측 3명으로 짜였고 남북통일농구의 기세를 아시안게임까지 이어가고 있다. 임영희는 “아시안게임에 단일팀으로 참가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며 “금메달을 획득해 단일팀을 향한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남과 북측 선수들은 지난 1일 진천선수촌에서 첫 합동 훈련을 진행했다. 손발을 맞출 시간적인 여유가 적었지만, 단일팀의 첫 출발은 무척 가벼웠다. 단일팀은 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장에서 열린 인도네시아와의 X조 예선 1차전에서 108-40으로 대승했다. 178㎝인 임영희는 21분 1초를 소화하면서 8득점, 2어시스트, 3리바운드, 4스틸을 챙겼다. 센터, 포워드, 가드까지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 게 임영희의 장점. 임영희는 “2연패에 대한 부담감도 있고, 이번에는 특히 단일팀이기에 더욱 긴장된다”면서 “함께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얻겠다”고 다짐했다.

임영희는 18일 열리는 개회식에서 다시 한 번 조명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남북 공동입장이며, 한반도기를 들 여성 기수로 일찌감치 낙점됐다. 임영희와 짝을 이룰 북측의 남성 기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스포츠 무대에서 남북 공동입장은 이번이 11번째이고 남녀 기수는 ‘남녀북남’과 ‘남남북녀’를 번갈아 적용하며 이번에는 ‘남녀북남’ 차례다. 남북 공동입장 기수를 여자농구에서 맡는 건 정은순(2000 시드니올림픽)에 이어 임영희가 두 번째다.

북측은 로숙영(25·182㎝), 장미경(26·167㎝), 김혜연(20·172㎝)이 단일팀에 합류했다. 로숙영은 인도네시아와의 1차전에서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2득점에 8리바운드, 5어시스트, 4스틸을 곁들였다. 임영희는 “(남북 선수들 모두) 좋은 결과를 얻자고 뜻을 모았다”면서 “서로 대화하면서 호흡을 맞추고 있어 조직력은 계속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