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평 논설위원
일본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일부 가맹점주는 노동조합을 결성해 가맹본부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그러나 도쿄도(東京都) 노동위원회는 2014년 가맹점주를 노동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프랜차이즈에 노동법을 적용한 최초 사례다.
편의점주는 자영업자다. 그가 고용한 알바에겐 사장이다. 하지만, 그 또한 많은 시간 노동을 투입한다. 주력 근로자다. 때론 가족도 투입된다. 급여를 받으면 근로자, 아니면 무급 가족 종사자로 광의의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게다가 편의점주는 가맹본부의 지시를 충실히 따라야 한다. 자영업의 속성인 자율성과 독자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자영업자(自營業者)는 ‘자기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이지만, 영어 표현인 ‘self employed’는 자신에게 고용된 사람이다. 자영업자는 노·사(勞使)의 경계를 오간다.
국내 자영업자는 지난 6월 기준 689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5%에 달한다. 직종은 천차만별이다. 이 중 근로자 10인 미만의 제조·건설업, 5인 미만의 서비스업 사업주가 ‘소상공인’이다. 특히 서비스업에서 5인 미만 비중은 94%에 달한다. 소상공인의 수입은 월 209만 원으로 임금 근로자 329만 원에 훨씬 못 미치지만, 근로시간은 더 길다. 빚도 훨씬 많다. 소상공인과 그들이 고용한 근로자는 국민경제에서 가장 취약한 지대에 있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고율 인상은 먼저 이들 경제 약자부터 쓰러뜨렸다. 벼랑 끝에 선 소상공인이 고육책으로 직원을 내보내면서 소득주도 성장은커녕 을·병 간 전쟁으로 둔갑했다. 최저임금 정책의 실패는 기존 노사 구도에서 비켜 있는 소상공인이란 뇌관을 예사로 본 탓이다. 급기야 문 대통령도 “기업과 노동으로만 분류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독자적인 산업정책 영역으로 봐야 한다”며 자영업을 제3섹터로 인정했다.
소상공인 문제는 한국경제 모순의 축소판이다. 자영업은 대개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이들이 별수 없어 선택한 길이다. 그래서 자영업 비중이 너무 높고, 경쟁은 과도하다. 하루 12시간 일해도 매출은 뒷걸음이다. 문 정부는 이런 기형적 구조를 바로잡는 대신, 최저임금 폭탄으로 취약한 기반마저 흔들어놓았다. 게다가 신설된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은 스스로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는 자영업자’라고 한 인물이 맡았다. 거리로 내몰린 소상공인들의 조기 복귀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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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난임부부 ‘삼신할배’ 만나려 텐트치고 ‘노숙런’
경주 = 글·사진 김린아 기자 linaya@munhwa.com“6년간 시험관 시술을 10번이나 했는데 번번이 임신에 실패했어요. 전국의 ‘용하다’는 병원과 한의원은 다 돌고 있어요. 오전 4시에 도착했는데 이미 30팀이나 대기하고 있더라고요.”토요일이던 지난 20일 오전 7시쯤 경북 경주시 한 한의원 앞은 캠핑장을 방불케 했다. 난임으로 힘들어하던 연예인 부부들이 이곳에서 한약을 지어 먹고 임신에 성공했다는 일화가 방송을 타면서 텐트를 치고 밤새 진료를 기다리는 난임 부부들이 ‘노숙런’을 벌이면서다. 이곳에서 만난 심모(46) 씨는 “‘삼신 할배’로 불리는 이곳 4대 원장이 맥을 잘 짚는다고 해서 부산 시댁에서 금요일 하루 숙박하고, 오전 3시에 출발했다”면서도 150m 길이로 한 줄로 늘어선 30여 개의 텐트와 80여 명의 환자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저출생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풍경 같다. 이렇게 간절하신 분들이 많은지 몰랐다”고 말했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난임 시술 건수는 20만1412건으로 2018년에 비해 47.6% 늘었다. 부부 7쌍 중 1쌍이 난임 부부라는 조사도 있다. 2022년 난임 진단자는 23만8952명에 달한다. 난임 부부가 늘면서 난임 치료에 유명한 병원을 찾아 ‘원정 순례’를 가는 환자들이 생기는 이유다. 이곳에서 만난 부부들은 모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오전 9시 30분 진료가 시작되자 ‘대기 1번’으로 한의원으로 들어선 이모(33) 씨는 “지난 2년간 인공수정을 4번이나 했는데 화가 날 정도로 매번 실패했다”며 주변의 추천을 받고 반신반의하며 캠핑 도구를 싸 들고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이 씨는 “아직 젊은 나이라 금방 아이가 생길 줄 알았는데 매번 실패하니 조급해지고 간절해졌다”며 “이런 정성이 하늘에 닿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대기 4번’을 받은 곽모(34) 씨는 “난임 시술비 지원을 받아도 시험관 시술 한 번에 100만 원씩 나가 부담이 크다”면서도 “양의학이든 한의학이든,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한의원 백진호(5대) 원장은 “초혼 연령이 높아진 탓에 과거에는 20∼30대 환자들이 주였다면 이제는 30∼40대 환자들을 많이 본다”며 인기 비결로 “130년간 운영하면서 쌓인 환자 데이터와 질 좋은 한약재”를 꼽았다. ‘실패담’을 듣고도 절박한 마음에 이곳을 찾았다는 부부들도 있었다. 전날 오후 4시부터 줄을 섰다는 임모(43) 씨는 “주변인 중 3명은 이곳에서 약을 먹고도 임신에 실패했지만, 일단은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왔다”고 말했다. 최영민 서울대 산부인과 명예교수는 “난임 치료 성공률 등 객관적 데이터가 주어진다면 환자의 선택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자들은 양의학이든 한의학이든 100%의 성공률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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