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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교수정치학

김진표 송영길 이해찬 세 후보
文정부의 국정 성공 원한다면
권력의 독선과 불통 막아내야

반복되는 제왕적 대통령 현상
제도적 의사결정 아닌 人治 탓
국정 권한과 책임 분산이 핵심

더불어민주당의 대표경선이 김진표, 송영길, 이해찬(가나다순) 세 명의 대결로 압축됐다. 김진표 의원은 경제전문가로서, 송영길 의원은 통합에 적합한 후보로서, 이해찬 의원은 총리로서 국정 전반을 운영한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예비경선을 통과했고, 오는 25일 있을 본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 누가 당 대표로 선출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이번 민주당 대표경선의 결과는 집권 1년 차의 성공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국정운영의 시범대에 올라서기 시작한 문재인 정부의 성공 여부에 새로 선출된 지도부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를 알고 있는 세 후보는, 저마다 내세우는 강점은 다르면서도, 결국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절대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민주당 지도부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의 국정운영 양상을 기반으로 판단해 볼 때 민주당의 세 후보는 다음의 두 가지를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첫째, 균형 잡힌 당(黨)·정(政)·청(靑) 관계의 복원이다. 그간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에서 이른바 ‘적폐청산’을 위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더불어 남북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정책들이 집중된 나머지 당과 정부 그리고 국회보다는 청와대의 역할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도 그러한 양상에 일조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집권 초기를 벗어나 국내적으로 국정운영의 성과를 보여야 하는 시기로 접어드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민주당 지도부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해진다.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은 집권 초기 정책의 큰 틀을 입안하고 이를 신속히 궤도에 올려놓는 데는 필요할지 모르나, 그것이 상시적인 국정운영의 기제로 자리 잡게 되는 경우 자칫 집단인식의 오류에 빠져들기 쉽다.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용어는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이 비대화해 권력이 집중된 나머지 독선과 불통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표현한 것으로 민주화 이후 거의 모든 정부에서 발견돼 온 양상이다. 따라서 민주당의 지도부는 당·정·청 관계를 주도적으로 복원해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을 협치에 기반한 국정운영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둘째,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서 정책의 제안과 실행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80%대를 구가하던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율이 최근 60% 초반으로 하락했다. 조사 시점과 대상에 따라 가변적인 여론조사의 특성상, 그 결과를 절대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나 지지율이 하락 추세를 겪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지지율 하락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문 정부의 경제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크게 기인한다. 이러한 상황은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세계 경제와 비교해서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물론 정부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경제정책의 공과를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책이 제도적인 틀 속에서 주무장관의 책임 아래에서 나오기보다는 청와대에 의해 주도적으로 결정, 시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도적인 의사결정의 틀이 아닌 인물에 의존한 국정운영은 불안정하고 불확실성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정책의 입안과 실행, 평가에 이은 환류에 이르기까지 정치과정의 전반이 제도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될 경우에만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해지며 정책 결정의 책임 소재 역시 분명해진다. 우리의 정치체제에서 제도적인 국정운영의 축은 청와대 그리고 각 행정부처로 이뤄진 내각과 국회이며, 각 축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한 상호작용이 민주적인 국정운영의 요체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여당의 지도부가 갖는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성공은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을 벗어나 의사결정의 권한과 책임을 분산시키고 국회와의 끊임없는 의견 조정을 통해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결국 여당 지도부가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통해 민주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제도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에만 가능한 것임을 문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세 후보는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