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변호사 영장 재청구 검토
정치권수사 속도조절 불가피

노회찬 “불법자금 안받았다”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를 겪고 있다. 발부를 자신하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핵심 회원 도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고 특검의 ‘입’인 박상융 특검보는 특검법상 규정된 겸직 금지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정치권을 향해 ‘급피치’를 올리던 특검의 수사가 당분간 내실 다지기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검은 20일 도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와 입수한 증거물 등을 분석하며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 중이다. 특검은 이날 ‘드루킹’ 김동원 씨 등 수감자 네 명은 물론 석방된 도 변호사에 대한 소환 조사도 하지 않았다. 최근 특검이 첫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연일 수감자들과 도 변호사를 소환하며 수사를 가속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특검은 도 변호사에게 2016년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에게 건네졌을 것으로 의심되는 5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에 관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와 이후 수사 과정에서 드루킹 등의 증거위조를 도운 혐의(증거위조교사) 등을 적용했다. 그러나 법원은 전날 밤 “증거위조교사 혐의에 관해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도 변호사가 드루킹에게 증거위조에 대한 조언을 했더라도 이를 ‘교사’로 보기에는 법률적으로 무리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증거위조교사 혐의가 도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법원의 이 같은 판단은 특검에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여야 5당 원내대표단 일원으로 방미 중인 노 원내대표는 이날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드루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노 원내대표는 “수사에 당당히 임해서 진실을 명확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는 현재 ‘드루킹’ 관련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특검 수사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면서 “진실을 명확히 밝히도록 수사에 당당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는 드루킹을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강연에 갔으니 만난 적이 있다”면서도 “인사할 때 필명으로 한 게 아니라 본명으로 했기 때문에 필명은 몰랐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강연료 명목으로 추가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는 “버전이 여러 개가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말이 되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노 원내대표는 혐의가 사실이면 정치적 책임을 지겠느냐는 질문에는 “가정을 전제로 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특검보 3인 중 공보를 담당하는 박 특검보의 겸직 금지 위반 논란은 6월 15일 임용 이후에도 수임 중인 사건 재판부에 변호사 사임계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검법 제8조 4항에는 ‘특검 등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고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박 특검보는 “법인에서 해명할 것”이라며 “변호사 휴직계를 대한변호사협회에 제출했고 특검보 임용 전에 한 사건은 담당 변호사가 지정됐다”고 말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 임정환·이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