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재소환 적용혐의 확인
조만간 노회찬 의원도 부를 듯
정치권 금품거래 수사 본격화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정치권을 향한 수사가 본궤도에 올랐다. 조만간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와 김경수 경남지사를 포함,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특검의 소환 조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특검 수사에서 ‘드루킹’ 김동원 씨가 다수의 정치권 인사와 접촉을 시도한 정황이 추가로 발견돼 제3, 제4 정치권 소환자의 윤곽도 곧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드루킹에 대한 다섯 번째 소환 조사도 이어졌다. 특검은 이날 드루킹이 이끄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핵심 회원 도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과 증거위조 등의 혐의다. 특검의 첫 구속영장 청구다. 구속 여부는 19일 밤늦게나 다음 날 새벽 결정될 예정이다. 특검은 도 변호사가 2016년 3월 자신의 경기고 동창인 노 원내대표와 경공모의 만남을 주선하고 불법 정치자금 5000만 원을 기부하는 데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날 소환 통보된 드루킹 조사에서도 이 부분은 특검팀의 집중 수사 대상이다. 앞선 조사에서 드루킹은 노 원내대표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사실을 부인해왔으나 최근 입장에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특검은 16일 경공모 본거지인 경기 파주의 느릅나무출판사 인근 창고 압수 수색을 통해 확보한 경공모 자금 장부 내역을 검토하며 추가 정치인 연루 정황을 수사 중이다. 특히 특검은 2016년 의정부지검이 해당 사건을 조사해 돈이 오간 정황이 없다며 ‘무혐의’ 처리했던 부분도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돈이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조만간 노 원내대표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해졌다. 노 원내대표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여러 차례 “돈을 주고받을 관계도 아니며 받은 적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한 바 있다.

특검이 전날 김경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한모 씨의 자택과 차량에 대한 압수 수색을 실시한 것과 관련해서는 김 지사에 대한 소환 조사가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전 보좌관은 경공모로부터 500만 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혐의로 경찰에서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입건된 상태다. 한 전 보좌관은 2016년 10월 김경수 의원을 상대로 이뤄졌을 것으로 의심되는 킹크랩(댓글조작 자동화 프로그램) 시연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건에 김 지사 연루를 밝혀줄 인물로도 꼽힌다.

이와 관련해 특검이 정치권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데는 무슨 대단한 기법을 동원한 때문이 아니라 경찰이 무시하거나 못 보고 넘어간 걸 상식의 눈으로 본 것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사건을 다룬 경찰의 수사가 부실했다는 의미다. 실제 특검이 지난 16일 경공모의 본거지 느릅나무출판사 인근 창고 압수 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들은 경공모가 출판사 사무실에서 퇴거하며 들고나온 물건들이다. 느릅나무출판사는 경찰이 두 차례나 압수 수색을 벌인 장소다. 경찰이 느릅나무출판사 압수 수색 후 내버려둔 물건을 경공모가 창고로 옮겼고, 이후 특검이 창고를 뒤져 증거 자료를 찾아냈다. 이날 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도 변호사 역시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참고인에 불과했다.

임정환·이정우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