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델라 탄생100돌 행사서 경고

“공포·분노 정치하는 스트롱맨
모든 제도·규범 망치려고 해”
트럼프 등 강압행보 겨냥한 듯

퇴임 8개월 만에 이례적 연설
외신 “처음으로 선명한 태도”

“‘스트롱맨(strongman·독재자) 정치’가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려 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17일 넬슨 만델라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권위주의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주요 외신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처음으로 선명한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CNN, BBC 등에 따르면 넬슨 만델라 탄생 100주년 하루 전날인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워더러 크리켓경기장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강연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상하고, 불확실한 시기”라며 “선거 등 민주주의의 형식만 유지한 스트롱맨 정치가 갑자기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주의가 민주주의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게 하는 모든 제도, 규범을 훼손하려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스트롱맨들을 “공포와 분노, 긴축의 정치를 내세우는 정치인들”이라 표현하며 “이들이 부상하는 속도는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발언은 직접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트롱맨이라는 단어가 주로 트럼프 대통령을 수식하는 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번 강연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8개월여 만에 한 이례적 대중 공개연설이다. CNN 등 외신들은 퇴임 후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을 자제해오던 오바마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선명한 입장을 표명했다며 “오바마가 이름은 말하지 않았지만 트럼프를 강타했다” “오바마가 트럼프를 공격했다” 등으로 평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 강압적으로 정권을 유지하는 전 세계 스트롱맨들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도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 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한 것과 관련해 “사실에 기반해 생각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내가 ‘이것은 연단(podium)’이라고 말하는데 여러분이 ‘연단이 아닌 코끼리’라고 하면 서로 협력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전 세계 과학자들이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누군가 아니라고 말하면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 당신이 누군가 정치적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면 그들은 ‘이런(oh man)’이라고만 한 채 계속 거짓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최근 국제사회를 달군 이민자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친(親) 이민’ 태도를 보였다. 그는 “프랑스 축구팀을 보라”며 “보기엔 모두 프랑스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 모두 프랑스인이다. 이는 ‘명백한 사실’”이라며 미국과 남아공에 상존하는 인종차별이 뿌리뽑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평등이 이뤄지면 이민자들에게서 재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