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계획 관여한 장성 지적
“해당부대·장관 결재란 없어”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 지시로 2017년 3월 작성해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중 병력동원 부분은 과격 시위 대비 군동원 작전인 충정작전계획 등의 병력 동원 내용을 단순 요약·준용한 것으로, 계엄령 실제 발동을 염두에 둔 실행계획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무사 문건에 해당 부대와 한 전 장관의 결재란이 없고 비밀등급도 부여되지 않은 것은 기획이나 계획문건이 아니라 단순 참고자료라는 점을 뒷받침한다는 정부 관계자의 지적도 나왔다.

과거 충정작전계획 훈련 등에 직접 관여한 한 예비역 장성은 18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기무사 위수령·계엄 검토 문건은 1987년 6·29 선언 이후 완전 폐기된 실질적 충정작전계획과는 무관하며, 기무사가 극단적 비상상황을 가정해 충정작전계획에 적시된 병력동원 계획을 참조해 단순 언급,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며 “실제로 계엄령 발동을 전제했다면 당시 군부대 상황 등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육군 예비역 장성은 “과거 충정작전계획은 작전 투입부대가 진압봉 등을 보유한 채 작전 실행 시 경비지역 점거 등의 훈련을 수시로 하는 등 상세한 작전실행 계획과 숙달훈련이 반복됐다”며 “기무사 문건 작성 이후 문건에 언급된 부대들이 진압봉을 보유했거나 시위대 진압훈련 등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으로 보아 작전실행 계획과는 무관하며 문건에 명시된 대로 단순한 ‘대비계획’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무사 문건이 정부 문서 형식상을 감안하면 ‘참고자료’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기획이나 계획 문서에는 결재란과 문서번호가 있는데 기무사 문건에는 그런 게 없고 비밀등급도 부여되지 않았다”며 “이는 해당 문건이 상급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산된 참고자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한 전 장관 측근은 공개된 기무사 문건의 원본을 파기하고 USB에 별도 보관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한 전 장관은 원본 파기를 지시한 적이 없고 별도의 문건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충신·김병채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