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직후

홍명보 前감독 유임 시도
러시아월드컵 마친 지금은
신태용 前감독 후보군 포함
아무런 변화없이 판박이 행보

선임위, 해외원정면접 하지만
최종 후보군 선정 아직 못해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 선임 작업 속도가 무척 더디다. 게다가 4년 전과 판박이다.

대한축구협회는 2014 브라질월드컵 직후 홍명보(축구협회 전무이사) 전 감독의 유임을 꾀하다 여론의 질타를 받은 뒤 철회했다. 브라질월드컵은 7월에 끝났지만, 축구협회는 2개월이 지난 9월에서야 울리 슈틸리케(독일·톈진 테다 감독) 감독을 선임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우승 경력은 이때까지 카타르 2부리그 우승이 전부였다. 2개월간 지체하다 1류 사령탑을 놓친 셈. 슈틸리케 감독은 결국 중도에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2018 러시아월드컵을 마친 지금은 신태용 전 감독 유임을 시도하진 않지만, 그를 차기 사령탑 후보군에 포함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셈.

축구협회는 지난 5일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소위원회 1차 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신임 감독 영입과 관련돼 확실하게 정한 건 없다. 해외 감독은 물론 신 전 감독까지 차기 사령탑 후보군으로 묶었다.

그동안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끌지 못한 감독 중 유임된 인물은 없었다. 사실상 신 감독을 배제하면서도 신 감독을 신임 사령탑 후보군에 넣은 게 ‘배려’로 읽히는 이유. 2차 회의를 거쳐 3차 회의에서 영입 협상을 벌일 차기 감독을 결정하겠다고 예고했지만 2차 회의는 물론 3차 회의 시기 역시 미정이다.

선임위원회는 외국인, 한국인 지도자를 두루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에서 마땅한 지도자를 찾기란 사실상 어렵다. 대부분의 국내 ‘명장 후보’들은 소속팀이 있기 때문. 현재는 외국인 사령탑 영입이 유력하다. 그래서인지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브라질) 전 브라질 감독, 바히드 할릴호지치(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전 일본 감독 등이 한국대표팀 사령탑을 맡는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스콜라리, 할릴호지치 전 감독 관련 외신 보도를 모두 부정했다.

김판곤 선임위원장은 지난 9일 출국, 유럽 각지에서 후보군에 오른 감독 혹은 감독 대리인과 면접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해외 ‘원정면접’을 통해 3명가량의 최종 후보군을 추릴 예정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김 위원장은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콜롬비아) 멕시코 감독, 클라우디오 라니에리(이탈리아) 감독 등을 만났지만 소득이 없었다. 특히 라니에리 감독은 대표팀보다 클럽 사령탑을 선호하기에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팀은 오는 9월 7일 코스타리카, 9월 11일 칠레와 평가전을 치른다. 4년 전에도 신임 감독 선임 작업이 늦어 당시 9월 평가전을 슈틸리케 감독이 아닌 ‘임시감독’(당시 신태용)으로 치르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연출됐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러시아월드컵이 끝나고 이제 4년 뒤 카타르월드컵을 준비해야 하지만, 출발이 매끄럽지 않고, 4년 전이 오버랩되고 있다.

지난 16일 러시아월드컵이 끝나자마자 해외 주요 베팅업체인 윌리엄 힐은 카타르월드컵에서의 한국 우승 배당률을 2500 대 1로 책정했다. 45개국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공동 44위다. 러시아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 일본의 우승배당률은 한국보다 훨씬 높은 250 대 1(공동 25위)로 책정됐다. 신인 감독 작업이 계속 지체된다면 윌리엄 힐의 예상이 4년 뒤엔 현실이 될 수도 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