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총 ‘교원 인식조사’

학부모들 술취해 욕설하고
카톡 프로필 사진에 “못났다” 비하

밤낮없이 전화·민원성 문자
악의적 사생활 퍼뜨리기도
교사 80% “교권침해 심각”

“학부형이 술에 취해 ‘애가 집에서 대드는데 학교에서 지도를 어떻게 하냐’고 대뜸 욕설하더군요.” “민원성 문자에 답하지 않았다고 학생을 한 달 이상 등교시키지 않았어요.” “SNS상의 사생활을 보고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려요.”

학부모, 학생들에게 휴대전화를 공개한 교사들이 밤낮으로 시달림에 가까운 교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교권침해 수위가 심각하다고 느끼는 교사가 80% 정도였다. 70%의 교사는 심각한 교권침해를 이유로 휴대전화 번호 공개에 반대했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17일 취임 2주년 회견에서 전국 유·초·중·고 교원 1835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8일부터 20일까지 이메일을 통해 진행한 ‘근무 시간 외 휴대전화로 인한 교권침해 교원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교원 96.4%가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고 있고, 공개한 후에는 95.8%가 전화,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SNS 등을 받았다. 전화나 문자는 근무시간에 구분 없이 수시로 오는 경우가 64.2%였고, 평일 퇴근 후에도 21.4%로 나타나 사생활을 보호받지 못했다. 횟수는 주 1∼4회가 38%였으나 1일 1∼2회(21.0%), 1일 3회 이상(11.6%)도 32.6%에 달했다. 질의 내용(복수)은 학교폭력, 학생 사고 및 결석 등 상담이 1222건(70%), 교육과정이 231건(13.1%)이었으나 녹색어머니회 순서, 단순질의(945건·53.8%)와 항의성 질의(491건·27.9%), 교육활동 무관 사항(239건·13.6%) 등도 절반을 넘었다.

교사들이 이메일에 직접 기술한 교권침해 사례에는 △수십 년 전 제자나 학부모로부터 게임 관련 메시지 전송 △다량의 문자를 보내고 답장이 없으면 자신을 무시한다며 이상한 내용 유포 △밤낮 구분 없이 단순질의 또는 민원제기 △전화 내용을 녹음 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편집한 후 소송 제기 △젊은 여교사에게 카카오톡으로 다발적인 지인 소개 시도 등 황당한 내용이 많았다. 학부모, 학생들이 카카오톡에 접속해 프로필 사진이 바뀔 때마다 “예쁘다” “못났다” “남자친구냐” “나랑 사귀자”고 한 예도 있었다. 교원들은 79.6%가 휴대전화에 따른 교권침해가 심각하다고 답했고 68.2%는 사생활 보호, 교권침해 방지, 부정청탁 방지 등을 위해 공개에 반대했다. 하 회장은 “휴대전화 사용 가이드라인 제정에 대해 교원의 89%가 찬성했다”며 “교권보호를 위한 독립적인 ‘교원협력관’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종·김기윤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