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영화제 “문화교류 일환”
최근 북한사회 모습 그대로
후반엔 체제선전 내용 담아
영화 속에 비친 최근 북한사회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15일 오후 8시 30분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진행 중인 부천시청 잔디광장 대형 스크린에 북한의 최신 장편영화 ‘우리집 이야기’(감독 리윤호·하영기·사진)가 상영됐다. 사회주의 체제 선전의 도구로 사용됐던 북한영화가 국내 영화제에서 일반에게 상영된 것은 이번이 처음.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추진되고 있는 남북문화교류의 하나로, 정부로부터 승인받은 북한영화 총 9편이 국내 관객과 만났다.
‘우리집 이야기’는 9편 중 가장 최근의 북한사회를 엿볼 수 있는 최신작이다. 2016년 제작돼 평양국제영화축전에서 최우수영화상을 받았다. 스무 살의 나이로 고아 7명을 키운 ‘처녀 어머니’ 장정화의 실화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중학교를 갓 졸업한 주인공 리정아는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마저 잃어 갑자기 고아가 된 사남매의 사정을 접하고 돕기 위해 나선다. 군대 간 오빠에게도 어머니 사망 소식을 숨기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거절하던 사남매의 둘째 은정은 정성을 다해 자신들을 돌보는 리정아를 보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그리고 리정아와 은정 사남매는 새로운 가족이 된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체제 선전용 장면들이 종종 등장한다. 리정아가 마지막으로 일기에 적은 글은 ‘우리의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 우리 집은 당의 품’이다. 또 은정 남매의 넥타이를 다려주면서 “이 붉은 넥타이는 우리 당 깃발의 한 부분이란다”라고 말한다.
체제 선전 도구라는 한계가 분명하지만, 오늘날 북한사회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리정아가 일하는 급양관리소와 은정 남매의 부모가 일하던 강선제강소의 모습이 나온다. 강선 지역은 최근 미국의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이 비밀 핵 시설이 있는 곳으로 지목한 곳이기도 하다. 축구선수를 꿈꾸는 은정의 동생 은철이 해외 브랜드 ‘푸마’를 입고 있고, 북한에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세 평방의 정리’라고 부르는 것도 눈에 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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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난임부부 ‘삼신할배’ 만나려 텐트치고 ‘노숙런’
경주 = 글·사진 김린아 기자 linaya@munhwa.com“6년간 시험관 시술을 10번이나 했는데 번번이 임신에 실패했어요. 전국의 ‘용하다’는 병원과 한의원은 다 돌고 있어요. 오전 4시에 도착했는데 이미 30팀이나 대기하고 있더라고요.”토요일이던 지난 20일 오전 7시쯤 경북 경주시 한 한의원 앞은 캠핑장을 방불케 했다. 난임으로 힘들어하던 연예인 부부들이 이곳에서 한약을 지어 먹고 임신에 성공했다는 일화가 방송을 타면서 텐트를 치고 밤새 진료를 기다리는 난임 부부들이 ‘노숙런’을 벌이면서다. 이곳에서 만난 심모(46) 씨는 “‘삼신 할배’로 불리는 이곳 4대 원장이 맥을 잘 짚는다고 해서 부산 시댁에서 금요일 하루 숙박하고, 오전 3시에 출발했다”면서도 150m 길이로 한 줄로 늘어선 30여 개의 텐트와 80여 명의 환자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저출생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풍경 같다. 이렇게 간절하신 분들이 많은지 몰랐다”고 말했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난임 시술 건수는 20만1412건으로 2018년에 비해 47.6% 늘었다. 부부 7쌍 중 1쌍이 난임 부부라는 조사도 있다. 2022년 난임 진단자는 23만8952명에 달한다. 난임 부부가 늘면서 난임 치료에 유명한 병원을 찾아 ‘원정 순례’를 가는 환자들이 생기는 이유다. 이곳에서 만난 부부들은 모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오전 9시 30분 진료가 시작되자 ‘대기 1번’으로 한의원으로 들어선 이모(33) 씨는 “지난 2년간 인공수정을 4번이나 했는데 화가 날 정도로 매번 실패했다”며 주변의 추천을 받고 반신반의하며 캠핑 도구를 싸 들고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이 씨는 “아직 젊은 나이라 금방 아이가 생길 줄 알았는데 매번 실패하니 조급해지고 간절해졌다”며 “이런 정성이 하늘에 닿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대기 4번’을 받은 곽모(34) 씨는 “난임 시술비 지원을 받아도 시험관 시술 한 번에 100만 원씩 나가 부담이 크다”면서도 “양의학이든 한의학이든,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한의원 백진호(5대) 원장은 “초혼 연령이 높아진 탓에 과거에는 20∼30대 환자들이 주였다면 이제는 30∼40대 환자들을 많이 본다”며 인기 비결로 “130년간 운영하면서 쌓인 환자 데이터와 질 좋은 한약재”를 꼽았다. ‘실패담’을 듣고도 절박한 마음에 이곳을 찾았다는 부부들도 있었다. 전날 오후 4시부터 줄을 섰다는 임모(43) 씨는 “주변인 중 3명은 이곳에서 약을 먹고도 임신에 실패했지만, 일단은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왔다”고 말했다. 최영민 서울대 산부인과 명예교수는 “난임 치료 성공률 등 객관적 데이터가 주어진다면 환자의 선택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자들은 양의학이든 한의학이든 100%의 성공률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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